[시론] '東亞 환율협의체' 구성하자..洪起澤 <중앙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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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엔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되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달러당 1백30엔이 돌파됐다.
일부에서는 1백40엔도 돌파될 것으로 본다.
그 근본 이유는 일본경제의 기초체력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 속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 몇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대폭 줄었다.
한편 엔 약세를 용인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역시 엔화 평가절하를 가속시키고 있다.
80년대는 일본 제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시기였다.
지난 85년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위한 선진 5개국의 플라자 협정 이후 불과 3년 사이에 엔화의 대미 환율이 2백60엔에서 1백30엔으로 급격히 평가절상되었다.
50% 가까운 엔화 가치의 상승은 일본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달러표시 인건비가 크게 올라 일본기업들은 도저히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많은 일본기업들이 국내에서는 핵심부품만 생산하고,완제품 조립 생산라인은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했다.
환율이라는 가격변수 하나가 동아시아의 경제지도를 바꾸어 놓은 셈이다.
90년대 들어 중국경제의 대외개방이 확대되자,일본기업들의 중국진출이 본격화되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중국은 임금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생산성도 상당히 높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기업들이 속속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함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동이 필요하다.
한편 지난해 일본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0월까지 2백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엔화 평가절하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다.
그러나 엔화의 평가절하는 한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국가 통화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태국은 90년대 초 엔화와 위안화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고정적으로 유지하다 막대한 무역 적자를 보고 외환위기까지 겪은 가슴 아픈 경험이 있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까지 평가절하에 가세하게 되면 아시아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지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원화의 평가절하는 우리에게도 이득될 것이 별로 없다.
일본 등 대부분 경쟁국들 통화 역시 동반 평가절하되므로 가격경쟁력이 호전되지 못하고,따라서 수출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
반면 원유 등 수입상품가격은 상승해 국내물가는 오를 우려가 크다.
작년 우리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대만 등 우리 경쟁국들은 2%이내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쟁적 평가절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동아시아국가간 역내무역이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5% 가까이 증가되었다.
이들 국가의 환율변동이 역내 무역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다.
따라서 동아시아국가간 투자증대,무역확대를 통한 성장촉진을 위해서는 역내국가간 환율안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중인 엔화의 평가절하와 같은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환율 협의체''의 탄생이 시급하다.
과거의 유럽통화제도(EMS)와 같이 역내 통화간에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역외통화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환율을 조정하는 제도를 심도있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최근의 사태는 공동성장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광범위한 경제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경제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의 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의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백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구현했다.
일본의 경우 경쟁적 평가절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보다 과감한 통화정책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종식시켜야 한다.
hongec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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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