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통신장비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이 마침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CDMA 종주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통신장비 업체들은 중국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충분히 기술력을 쌓은 만큼 승산이 충분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중국 제2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차이나유니콤은 오는 8일부터 CDMA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중국 정부는 자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외국 통신장비 업체에 대해 잇따라 CDMA 시스템 및 단말기 생산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중국 CDMA 시장에서는 국내외 통신장비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삼성전자와 미국 모토로라가 1위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일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DMA와 GSM(유럽방식)을 통틀어 세계 4위의 휴대폰 메이커로 올라섰다. 특히 CDMA에서는 지난 2000년에는 26%, 2001년에는 30%의 시장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니콜'이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력을 바탕으로 CDMA 시장을 계속 주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모토로라는 현재 중국 GSM 휴대폰 시장에서 핀란드 노키아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GSM 시장점유율이 다소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CDMA 휴대폰 분야에서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고유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까지 획득했다. 더구나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호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모토로라는 중국 CDMA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다는 목표를 세웠을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CDMA 휴대폰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LG전자도 진용을 가다듬고 중국 진출 채비를 갖췄다. 제휴선인 랑차오사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가전 분야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고가 휴대폰을 잇따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중견 휴대폰 업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현대큐리텔 인수를 통해 다양한 모델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 팬택은 외국계 대형 업체와 제휴를 맺고 중국시장에 휴대폰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원텔레콤도 중국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제휴선과 협력을 강화해 추가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휴대폰 이외의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각국 업체들간 경합이 불가피하다. 차이나유니콤은 연내에 1천8백만~2천만 회선 규모의 기지국 장비를 국제입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장비 입찰에서 수주했던 삼성전자는 상하이 지역의 cdma2000 1x 서비스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약진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입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입찰에서 탈락했던 LG전자도 절치부심하며 올해는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의 유력 통신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CDMA시스템 연구개발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