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피터 잭슨)가 신년초 극장가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흥행기록에 도전한다. "해리포터..."가 동화적인 판타지라면 "반지의 제왕"은 서사시에 가깝다. 장대한 시각성을 배경으로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모험담을 판타지 액션 호러적 요소로 버무려냈다. 이 영화는 3부작중 첫편. 마법사,인간,오르크,엘프,호비트 등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가상세계 "중간계"에서 원정대가 마법반지를 악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시원의 불길속에 던지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다뤘다. 반지는 제조자인 악의 화신 사우론과 신(神)들간의 전쟁중 분실됐고 우연히 난쟁이족인 호비트의 프로도(엘리야 우드)의 손에 넘겨진다. 그가 원정대의 중심인물이다. 중간계는 북유럽의 신화와 설화,중세기사 전설 등이 혼합된 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등장캐릭터들의 행동방식은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다. 사랑과 우정,배신과 욕망의 고빗길에서 선과 악으로 나뉘어 대결한다. 주인공인 프로도는 "해리포터"와 달리 영웅이 아니라 왜소하고 나약한 종족의 일원일 뿐이다. 그는 끊임없이 쫓기고 상처받고 위기에 빠진다. 다만 정의를 추구하는 용기만 지녔다. 기나긴 여정에서 배움을 통해 서서히 힘을 기른다. 이 영화의 미덕은 특수효과를 통해 창조한 새 세상이다. 만년설이 뒤덮인 산맥,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두른 협곡,동굴속 천길 낭떠러지를 가로지르는 계단,어마어마한 크기의 석상 등 장대한 광경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치밀한 세트와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결합이 일궈낸 개가다. 마법사인 간달프와 사루맨(크리스토퍼 리)의 대결,말을 탄채 프로도를 구해내는 아웬(리브 타일러),지하계단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반지원정대,호비트족 마을의 불꽃놀이 등도 생동감있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식인문어를 연상시키는 수중괴물과 불을 뿜는 지하괴물,괴력의 거인 등은 "오딧세이"신화를 떠올리는 대목이다. 곤충을 닮은 중세기사 오르크로 대변되는 특수분장,정상인 크기의 배우를 난쟁이로 둔갑시킨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 장면에서 공존한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캐릭터들의 이름들이 낯설고,장대한 서사구조에 대한 해설이 액션의 흐름을 끊어놓기도 한다. 또 3시간짜리 대작임에도 불구,진짜 원정은 막판에야 시작된다. 2002년 1월1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