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관련 업체들간 공방전이 치열하다. 번호이동성이란 이동전화 사용자가 사업자를 바꿔 전환가입하더라도 기존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SK텔레콤의 011을 사용하던 가입자가 LG텔레콤으로 전환가입하더라도 019가 아닌 기존 011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통신서비스 이용자 편익을 위해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추진해온 정보통신부는 26일 업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정책토론회를 열고 최종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 등 이동전화 3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제각각 상반돼 '3사3색(3社3色)'을 드러냈다. ◇KTF는 적극 찬성="이용자의 편익과 업체들간 경쟁 활성화를 위해 지금의 2세대 이동전화부터 전면 도입해야 한다"(오석근 상무)는 주장이다. KTF와 KT,KT아이콤 등 KT그룹사들은 이미 이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지난주 정통부에 제출했다. KT그룹이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적극 앞장서는 데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의 사업자간 이동을 활성화시켜 SK텔레콤의 지배력을 완화시켜 보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SK텔레콤은 반대="이용자들의 편익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행할 경우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조신 상무)는 입장이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만큼 3세대 이동통신에서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번호이동성이 도입될 경우 SK텔레콤이 실제 우려하는 점은 그동안 쌓아온 011 브랜드파워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011 번호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기존 번호는 그대로 유지한 채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PCS로 전환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유보=번호이동성이 전면 도입될 경우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게 LG텔레콤의 판단이다. 따라서 유효경쟁체제 확립을 위해 준비된 선발사업자부터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입장=당초 이용자 편익을 위해 도입을 추진해 왔던 정통부도 업체들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려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처지다. 정통부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도입에 따른 비용을 상쇄할 만큼 이용자 편익이 늘어나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현재로선 전면 도입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정책토론회에 나온 의견을 수렴,1월초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내년중 번호이동성이 도입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