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금융정책의 최고 의결기구이지만 일반인들은 금통위가 무엇을 하는지 좀체로 알지 못한다. 한국은행 인터넷 홈페이지(www.bok.or.kr)에도 금통위 의결내역이 빨라야 한달,길게는 서너달이 지나서야 올려지기 일쑤다. 한은이 내키면 금통위 심의·의결사항을 공개하고 아니면 그냥 지나치거나 한참 뒤에야 공개하기 때문이다. 한은법,금통위 규정,한은 정관 등에는 금통위의 심의·의결사항을 관보나 1개 이상의 중앙일간지에 게재해 불특정다수에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매달 두차례(첫째·셋째주 목요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결과는 콜금리 결정과 한은이 특별히 보도자료를 내는 경우가 아니면 규정이 바뀌어도 금융회사나 일반인들에게 공지되지 않는다. 금통위 의사록도 2개월뒤 공개한다는 약속을 안지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면 지난 10월19일부터 시행된 외화예금지급준비규정은 11월16일에나 공개됐다. 6월21일 금통위가 의결해 다음날부터 시행된 외화여수신규정도 석달뒤인 9월19일에야 인터넷에 올려졌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이달 20일 금통위가 의결한 안건도 일부 부지런한 기자들이 아니었으면 그냥 덮어질 뻔 했다. 금통위는 여수신규정을 고쳐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에 과도한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을 제재할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은행의 금리네고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결코 무시할 사안이 아니었지만 한은은 이를 자진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한은의 답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내부 규정이어서" 또는 "시장에 충격을 줄까봐" 등이다. 금통위의 이런 문제도 정작 한은에 비기면 조족지혈이다. 한은은 예산 내역은 물론 결산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국민이 예산을 부담하는 기관 중 그 내역을 알 수 없는 경우는 한은과 국가정보원 정도가 아닐까 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비밀의 사원(Secret Temple)'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는 정책결정의 심도를 두고 하는 말일 뿐 의결사항이나 예산·결산내역을 감춰두고 있어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니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