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닷컴기업 종사자들은 엄청난 시련기를 보내야 했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닷컴거품론이 본격화되면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신규사업은 커녕 기존 서비스 유지도 어려운 정도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닷컴기업문화도 예전과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우선 우리사주나 스톡옵션 대신 연봉이 중요한 근무조건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기업의 주식이 홍보대행사에 대한 지불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월급 주지 않아도 좋으니 주식만 많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이제 테헤란밸리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올 한해동안 예전 직장으로 "원대복귀"하는 젊은이도 부쩍 늘었다. 벤처열풍을 타고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던 젊은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혈기"를 접고 "안전"을 찾아 예전 직장으로 복귀하려고 했다. 이로 인해 우수한 인재가 생명인 벤처기업들은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보조금 지원,편의시설 마련 등 "당근"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투잡스(tow jobs)족"이 늘어난 것도 IT벤처업계의 새로운 풍속이다. IT벤처 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가령 마케팅이나 홍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강도가 예전 같지 않아 오후나 밤시간을 쪼개 다른 업체의 홍보.마케팅 일을 도와주거나 다단계 판매에 나서는 등 부수입원을 찾아 나섰다. 대학생들의 IT벤처기업 선호도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무작정 알려진 벤처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벤처,아예 문을 닫는 기업이 늘면서 "명성"보다는 수입원이 확실한 벤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온라인게임업체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게임의 경우 40명을 선발하는 공채에 1천명 이상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1백20대 1에 달했다. 넥슨 CCR 위즈게이트 등이 실시한 경력사원 신입사원 공채에도 우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업체들은 "정작 쓸만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IT벤처업계에서는 "취업난속 인력난"이라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닷컴기업들의 자구노력도 치열했다. "벤처"와 "닷컴"에서 한단계 진보된 "인터넷기업""닷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 온라인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전자상거래 컨텐츠 및 솔루션 수출,컨텐츠 유료화 등을 통한 수익모델 다각화를 시도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오프라인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야후코리아는 야후 관련 캐릭터상품을 판매하는 "야후기어"와 "야후 문화상품권"을 출시했고 라이코스코리아는 복합문화공간 "라이코스 뮤직" PC방 "라이코스스테이션 TIC"등의 프랜차이즈사업에 나섰다. 닷컴기업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진출도 어느해보다 활발했다. 일찌감치 만화 등의 엔터테인먼트에 역량을 강화한 라이코스와 달리 다음 야후 네오위즈 등은 핵심사업부문을 안정화시킨 이후 올해부터 게임 만화 등의 신규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네오위즈와 다음이 게임업체 인수 및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나선데 이어 야후코리아도 최근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위해 신규 업체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올해는 종래 "페이지뷰"나 "이용자수"를 따지며 세(勢)싸움을 벌였던 인터넷기업들이 "돈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재편하는 한해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