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명의 천재들이 펼치는 꿈과 이상,그리고 사랑…. '하버드 천재들'(에릭 시걸 지음,이옥용 옮김,문학과의식,전2권,각권 8천5백원)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하버드 동창생'을 21세기 버전으로 완역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천재에 대한 열망과 최고의 지성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천재를 만드는 하버드의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대니 로시와 제이슨 길버트,테드 랩브로스,앤드루 엘리어트.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로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형 때문에 늘 고뇌한다. 운동선수였던 형처럼 자신도 운동을 함으로써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그의 노력은 끝내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난을 음악으로 극복하고 과감하게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난다. 길버트는 준수한 용모와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지만 유태인이라는 운명에 발목을 잡혀 힘들어한다. 서술자인 엘리어트 역시 가문과 위대한 조상이 안겨주는 부담감에 짓눌려 산다. 테드 또한 너무나 평범한 소시민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하버드 생활이 힘들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서 부족한 걸 채우고 새로운 비전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하버드대의 독특한 사람 키우기 프로그램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 중 하나는 기숙사 배정을 앞두고 고심하는 장면.애덤스 하우스나 엘리어트 하우스 등 명예로운 이름을 붙인 기숙사에는 저마다의 특성과 역사가 있다. 학생들은 모두들 자기가 좋아하는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담당 교수들은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그 학생의 재능을 최대한 키워주기 위해 열정을 바친다. 한명이라도 이름을 빛낼 학생을 유치하면 그만큼의 영예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칼리지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기숙사 제도 하나만으로도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 대학의 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