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최적의 생존조건을 찾아 진화하고 적응하는 영리한 존재다. 지난 90년대말 경제위기 이후 가속화된 구조조정 와중에서 기업들은 바뀐 제도와 환경,새로운 시장논리에 적응하기 위해 빠른 변신을 시도해왔다. 기업의 그러한 발빠른 변신을 주도한 것은 경영자와 간부,그리고 사원들,바로 기업의 구성원인 직장인들이다. 한국경제가 이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공은 머리와 몸을 아끼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과와 실적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고개 숙인 직장인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들은 구조조정의 주체인 동시에 스스로 구조조정의 대상이기도 한 시대적 모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상당수 회사원들이 나가야만 했고,더 우수한 후배에게 선배가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냉혹한 새 질서도 시작된 지 오래다. 생존조건을 찾아 진화하고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직장인들에게도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을 위한 변명'(권영설 지음,거름,1만원)은 그 방법론을 다룬 책이다.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의 정체를 파헤치고 그 어느것도 스스로 개척하는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고 전혀 다른 새 질서는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똑같은 짐일 뿐이라는 상식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은 먼저 변화에 짓눌리지 말고 중심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꾸려갈 수 있는 방법론과 지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남을 이기는 경쟁력보다는 스스로를 갈고 닦는 생존력이 훨씬 중요하면서도 실천하기 쉬운 가치라는 새로운 주장도 내놓는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직업 인생 전반을 담는 중장기 직업 계획을 작성하라는 제안이다. 20년 뒤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개인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중장기 비전이 있어야 평소 자기 계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큰 그림 아래에서 중요한 결단도 내릴 수 있으며 전직이나 은퇴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개한 사장학,자기계발론,전직준비법,리더십 함양법,은퇴 계획 등은 그래서 강한 설득력을 내뿜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읽기 편하다는 것이다. 간결한 문장과 촘촘한 논리,딱딱 떨어지는 예화들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특히 철학 전공자답게 전편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업계를 출입한 경제기자로서 한국의 성공적인 직장인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만나 온 저자는 와 닿는 대안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제안들로 이 책을 채우고 있다.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업들만이 진화 발전하는 영리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직장인들에게도 그같은 덕목이 요구된다. 진화의 논리는 무엇인가? 가장 쓸모 있는 자신의 무기를 더욱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는 데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가를 가려내는 데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눈을 기르고 용기를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따뜻한 동반자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