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매매 중개업무를 하는 D사의 K사장(45)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장외주식 투자상담을 위해 K사장을 찾는 투자자들이 하루에만 10여명이 넘을 정도이지만 정작 이들에게 주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만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을 쪼개 창투사와 증권사 벤처투자부 및 기업금융부 등을 쉴새없이 방문하느라 여념이 없다. ◇침체기 벗어난 장외시장=지난 9월 미국 테러사건과 장외주식 간판주인 강원랜드의 코스닥시장 이전(등록)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맞이했던 장외시장이 코스닥 또는 거래소 등록(상장) 예정기업들에 대한 선취매가 살아나며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신규등록주들이 평균 1백%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장외에서 이들 주식을 미리 취득하려는 '발빠른'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등록 전 1년간 보유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대주주와는 달리 소액주주와 창투사,기관투자가의 지분은 언제든지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노리는 장외주식 브로커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 코스닥 등록 후 8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어플라이드엔지니어링은 장외에서 5천∼5천5백원(액면가 5백원)에 거래됐었다. 5천5백원으로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도 등록 후 9일째 종가(1만2천3백원)로 주식을 처분할 경우 1백23%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한빛에셋의 임상철 이사는 "지난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시그마텔레콤 성우테크론 등도 공모가의 2배 이상으로 장외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에 밀려 '찬밥'신세였던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삼성카드 온세통신 한통아이컴 등 대형주들도 최근 실적개선 등 재료와 맞물리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29∼31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5천5백원(액면가 5천원)에 공모했던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장외가는 지난 12월3일 이후 9일째 신고가를 경신하며 공모가의 3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시세조정 가능성도 적지 않아=비상장주식 정보제공업체인 PBI의 임상현 팀장은 "최근 장외시장도 코스닥시장 등과 같이 순수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거품은 사라지고 실적위주 및 확실한 재료를 보유한 업체에 대한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간 유통상인들의 시세조정 여지가 크기 때문에 향후 주가하락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시되고 있다. 등록예정기업의 경우 유통주식 수가 대개 적어 중간 매매상인들이 주식을 독점해 개인투자자들한테 2∼3배의 가격으로 분할 매도하는 시세조정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제도시장과는 달리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대해서는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적제재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향후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 자신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