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가 기술주에 대한 미니-버블(mini-bubble) 시각이 제기되면서 한국 증시 역시 그 하락 파동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경기의 급랭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착실히 진행된 데다 경기의 급속 둔화 방지 및 회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국내 수요 진작책들이 크게 실효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잉여 유동성'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바꿔 놓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 한국증시에는 올해중 약 8조2천억원의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 확대 논리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유동성 또한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세계 각국 특히, 이머징 마켓내의 다른 국가에 비해 탁월한 우위를 확보한게 사실이다. 한국경제는 3분기 GDP가 1.8% 성장하는 호조세를 기록했다. 내년중 기대되는 세계 경기의 본격적 회복 흐름에 보다 빠른 적응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우호적 여건을 바탕으로 우리 시장은 9월 저점 대비 KOSPI가 약 47%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그 기대치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음식료 철강 등 전통제조 부문의 업황이 첨단 기술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보험 및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지속적 경영개선 노력 및 구조조정에 힘입어 주목할 만한 실적 향상의 기틀을 마련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에 따라 올 주식시장은 추상적인 성장의 논리가 아닌 현실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각이 부각되면서 기업의 현실적 가치를 주가에 반영시키는 가치주 또는 실적 중심의 랠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즉 IT(정보기술)가 중심이 된 세계 경기 후퇴기조 하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동국제강 등이 구조조정 및 착실한 경영개선 노력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무기로 사상 유례없는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의 일환인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 등 내수 부문에서 크게 효력을 발휘하면서 신세계 태평양 농심 롯데칠성 등 내수위주 소비재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의 중심축에 우뚝서는 역할을 하게 됐다. 또 은행주의 경우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본격적 돌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구조조정과 수익 위주의 실질적 경영 전략에 따라 수익이 크게 호전되면서 기업의 실적 및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금년 주식시장의 대부분 상승 랠리는 첨단 기술주의 공급과잉에 의해 만들어진 경기 침체를 금리인하와 소비경기 유지라는 정책적 논리, 그리고 착실한 구조조정에 따른 전통 제조주 및 금융권의 비효율성 극복 노력에 따른 결과의 산물로 분석된다. 한편 이들의 장기적 상승으로 현 주가 수준이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는 형국에 들어서고 있으나 지난 '9.11 미 테러' 사태로 촉발되었던 경기의 추가 급랭이 오히려 경기 회복을 한층 앞당기는 효과로 반전되면서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에는 경기 회복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실적 회복을 염두에 둔 투자자의 행보는 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박문광 <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