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다. 일본의 NTT-도코모와의 매각협상이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지난 3일 증권가에 퍼진 "루머"다. 루머의 SK그룹이 일본 NTT도코모에 매각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시그넘9"에 예치해 놓은 SK텔레콤 지분(14.5%)이 교환사채(EB)로 발행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도코모와의 협상결렬"이라는 악재와 물량부담이 예상되는 SK텔레콤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매각대상 지분을 보유중인 SK와 SK글로벌은 이 소문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부담을 덜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시그넘9과의 계약은 올해말 끝난다. SK그룹은 조만간 이지분의 처리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이 지분을 어떻게 처분할 지의 여부에 따라 이들 SK 3사의 주가는 앞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분매각과 '시그넘9'=SK그룹은 지난해부터 도코모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14.5%)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SK그룹은 지난 1월 매각대상 지분을 시그넘9에 3개월간 '한시적 보유' 형태로 매각했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지속적으로 매수우위를 보인다면 외국인 지분한도(49%)가 초과돼 지분매각의 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시그넘9과의 계약을 세차례나 경신,오는 12월말까지 연장해 놓은 상태다. ◇협상전망과 지분처리방향=도코모와의 매각협상은 단시간에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우선 가격에 이견이 있는 데다 SK텔레콤이 도코모의 3세대 기술표준인 W-CDMA 도입에 대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당분간 2.5세대 기술에 집중,충분한 수익을 낼 때까지는 W-CDMA로 표준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분의 주인인 SK과 SK글로벌은 자금부담으로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 지분은 지난 99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타이거펀드로부터 인수한 것이기 때문.이에 따라 SK그룹은 현재 EB와 DR(주식예탁증서)로 물량을 소화하는 방향을 검토중이다. 지난 4일 SK와 SK글로벌은 공시를 통해 "시그넘 9이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이외에도 해외증권발행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말 종료되는 시그넘9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의 향방은=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지분 6∼10%가 EB 등의 형태로 해외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3% 가량은 SK텔레콤이 지난 10월 26일 공시한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SK텔레콤 주가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전략적 제휴 실패에 대한 실망매물이 나올 수 있고 외국인이 EB 발행 직전에 물량을 출회시켜 원주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EB를 싼 값에 인수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매수에 나서라고 충고했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K텔레콤은 실적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가 무산되더라도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4.5%의 지분 가운데 일부가 자사주 등을 통해 소화되는 만큼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추가로 SK텔레콤을 사들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 EB를 발행,차입금을 상환하는 경우에는 SK와 SK글로벌의 주가에도 긍정적이다. 차입금 잔액에는 변화가 없으나 낮은 이자율과 향후에 주식으로 교환되면서 해당 금액만큼 회사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