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나 국정원 소속의 인사가 이권에 개입한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 밖의 권력기관이나 회계법인 등 전문직 조직도 부실관리나 부실감사 등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점들이 갑자기 생긴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이들 기관들은 개혁을 위해 그 동안 내외적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 노력으로는 소용돌이치는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는데 있다. 게다가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숨기기가 불가능할 만큼 정보의 유통이 빨라지고 자유로워졌다. 지금 우리 사회가 문제 삼는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과거에 흔하게 있었지만 유야무야로 넘어갔던 종류의 일이 대부분이다.따라서 관련 당사자들은 억울한 느낌이 들겠지만,결국 환경이 달라진 것을 깨닫지 못한 탓이 크다. 선진국의 권력기관과 전문직 조직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대부분 사회의 신뢰를 받으며 질서유지의 근간이 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고도의 윤리성과 조직규율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내부통제와 내부견제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권력기관이나 전문직 조직에서 문제점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 집단은 내부 기강이나 윤리성을 확립하기 보다는,기회가 닿는 대로 자신들의 외형적인 권한을 강화하는데 주력했고,또 문제가 생기면 소속원들을 우선 감싸고 보는 문화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내부통제란 본래 회계감사의 범위,시기와 절차를 정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평소 내부의 회계절차를 준수하고,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철저히 챙기며,회계기록과 실물자산을 정기적으로 대비하고,처리한 업무는 반드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검토하게 하는 등 회계기록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회사에 대해서 감사인들은 높은 신뢰도를 부여한다. 이런 회사에 대해서는 회계감사의 범위를 축소하고 상당 기간이 경과된 뒤에도 감사를 수행할 수 있으며,감사절차도 직접적인 증거보다는 내부통제 절차의 수행에 대한 간접 증거를 주로 확인하는 등 감사의 양을 줄이고도 감사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내부의 규율과 효율은 조직이 시장경쟁이라는 외부의 압력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그러나 권력기관이나 전문직은 이러한 시장의 소비자나 경쟁자에 의한 압력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점적ㆍ배타적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기관과 소비자가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전문직 서비스조직의 신뢰성은 이들 기관이나 조직의 내부통제와 내부견제의 강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관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물론 최고책임자(CEO)이지만,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 자체에 내재된 내부통제ㆍ내부견제 시스템이다. 조직은 내부 규율이 강할 수록 외부의 신뢰가 높아진다. 영국의 경찰,일본의 검찰청,각국의 특수부대,세계의 5대 회계법인,국제적 대형법무법인,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월스트리트의 기관투자가들 모두가 강력한 윤리규정과 철저한 내부통제ㆍ내부견제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군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소위 권력기관은 우리사회의 질서와 기강을 좌우하는 귀중한 존재다.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를 비롯한 자격사들과 언론기관 역시 우리사회의 특권계층이자 여론의 선도그룹이다. 이들에게 부여된 권한이 너무 강력한데 비해 사회적인 견제 장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들 집단의 자체적인 내부통제와 내부견제 시스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고책임자의 분명한 조직비전과 가치관,확고한 내부윤리기준과 행동강령,끊임없는 내부교육과 지도,강력하고 독립적인 내부감시ㆍ견제ㆍ감찰 장치,그리고 조직의 규율을 어긴 자에 대한 공정하고 강력한 응징만이 이들의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자기 규율이 결여된 조직은 결코 장기적으로 외부의 신뢰를 받을 수 없으며,자신을 존경하지 않는 전문가가 제3자의 신뢰를 받는 법은 없다. 권력의 참맛은 행사에 있지 않고 소유와 자제에 있다는 선인의 말을 되새겨 보자. iskim@kas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