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경기지표속에 증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날 전약후강의 강한 모습을 보였던 국내 증시가 4일에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약세로 끝났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NAPM(전미구매관리자협회)지수와 개인소비,건설투자 등은 일제히 개선돼 3.4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과 소비자신뢰지수의 악화와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호전된 경기지표에 불구하고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이날 전경련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5개월만에 100을 넘었지만 "약발"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연이틀 "개미"(개인투자자)장세가 펼쳐졌다. 외국인이 매수강도를 줄이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국내 기관이 팔짱을 끼고 있는 "힘의 공백"을 개인이 파고 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지표가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국내외 증시가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지표 확신할 수 없다=잇따른 경제지표의 혼조 속에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중 개인소비가 자동차 무이자 할부 판매 등에 힘입어 지난 59년 이래 최대폭인 2.9% 상승했지만 개인소득은 실직자 증가로 정체 상태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의 부진이 소비 증가를 억제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NAPM 제조업지수도 개선됐지만 작년 8월 이래 15개월 연속 경기 둔화를 의미하는 50 이하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어느 정도의 경제지표 호전은 이미 선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보다 확실한 신호가 없을 경우 단편적인 경제지표가 모멘텀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경기 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완만한 하강과 완만한 회복에 특징이 있다"면서 "경기 회복의 속도가 기대와 달리 더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 중심의 종목장세=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주춤하는 사이 개인 매수세가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개인 장세에 불을 지핀 것은 하이닉스반도체. '앙숙'이었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적과의 동침'을 선언,개인 매수세를 자극했다. 개인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하이닉스가 살아나면서 관련주는 물론 건설 증권 등 대중주로도 매기가 옮겨 붙는 양상이다. 장 막판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이날도 건설 증권 제약 등 대중주가 들썩거렸다. 개인은 이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국통신 한국전력 하이닉스반도체 SK텔레콤 등 지수 관련 대형주를 많이 사들여 기대감을 반영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이 주춤하면서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고 국내 기관도 프로그램 매매에만 치중하는 상황"이라면서 "10조원에 가까운 고객예탁금 등 풍부한 매수 여력을 가진 개인이 하이닉스 호재를 계기로 종목별로 활발한 단기 매매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망 및 투자전략=외국인과 기관 등 '큰 손'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지수 관련 대형주의 움직임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수 등락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5일째 매도포지션을 취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지수 관련주의 비중을 줄이고 중소형 우량주와 저가주,고배당주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고점 돌파를 시도 중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블루칩의 상승 추세가 꺾였다"면서 "최근 장중 현·선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