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하이닉스 협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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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합병을 포함한 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D램시장이 모두 환영일색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주가는 물론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하이닉스 처리문제로 속을 끓이던 국내 채권은행들의 주가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주춤했던 반도체 D램 가격도 탄력을 회복한 모습이다.
모두를 이처럼 즐겁게 하는 해법이라면 왜 이제서야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회사의 '적과의 동침' 발표를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대형 PC업체와의 고정거래가격 인상 등을 앞두고 시장분위기를 D램 업체들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시작단계에 불과한 협상을 서둘러 공개했다는 추측도 있고 감산 등의 수준에서 협력하는게 고작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평소 소신있는 행동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은행들이 이같은 메가톤급 거래를 의외로 과감하게 결정했다는 점과 하이닉스가 너무 쉽게 자존심을 내린 점이 이같은 혼돈을 야기한 배경중 하나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간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가 이같은 반도체 메가딜에 한몫 했으리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의 분야에서 정면으로 통상마찰을 빚고 있고 '햇볕정책'을 둘러싼 시각차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양국 관계에 비춰 볼 때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고집하기 어려웠으리라는 해석이다.
해외언론에서는 이미 합병이나 제휴협상이 결국은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로 귀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도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이제 남은 일은 협상에서 최대한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헐값매각 논쟁에 휘말린 대우자동차 매각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하이닉스는 유동성에 문제는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한국기업중 하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