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교원정년 연장안, 방송법 개정안, 예산안 계수조정소위 구성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당론 조정을 둘러싸고 큰 진통을 겪고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야의 힘'에 따른 책임과 국민여론을 의식, 무리한 정책과 주장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도부가 애초부터 당안팎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당론을 정했다가 안팎의 비판에 직면, 갈팡질팡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또 잦은 당론 변경에 대해 자민련측도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 2야 공조의 붕괴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론번복.혼선 = 교원정년 연장안의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를 거듭 공언하다가 3일 결국 회기내 처리를 사실상 유보했다. 이에 앞서 최근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방송위원을 국회의석 비율대로 여야 정당에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특히 이날 예산안조정소위 구성방법을 놓고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3역회의후 "민주당측 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국회 예결위 간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을 비롯한 예결위원들이 "그건 이 총무 개인의 생각"이라고 반발, 지도부의 방침이관철되지 못한 채 번복과 재번복의 인상만 줬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이한구 의원이 태도를 굽히지 않자 이 총무는 "예산안의 회기내 처리를 위해선 오늘중 소위구성이 불가피한데 이한구 의원이 거부하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상반된 평가 = 당내에선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거듭된 `책임론' 강조와 관련,민주당이 DJP공조 파기와 10.25 재보선 패배로 상대적으로 위축된 반면 한나라당은'2야 공조'까지 포함해 `거야의 힘'을 갖게 된 데 따른 책임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나오고 있다. 당초 추진한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방송위원회를 중립화하기는 커녕 도리어 정치화하는 내용이라는 반대여론이 설득력이 있고, 교원정년 연장안의 경우도 반대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강행'만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한 당직자는 "당론 결정과정에서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종 회의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제한돼 있는데다 그나마 참석하더라도 '소신 발언'이 봉쇄되는 '강압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지적, 당론형성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의원은 "당내 이견은 대화와 토론 등을 거쳐 해소해야 하나 지금으로선 당지도부가 일방 독주하는 양상"이라며 "당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같은 혼선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른 당직자는 "의원들의 생각이 제각각 달라 하나로 묶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솔직히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일사불란한 팀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 당내 색깔의 이질성을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2야공조 삐걱 = 교원정년 연장안과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한-자 공조' 사안임에도 자민련측과 사전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당론을 바꿈으로써 자민련측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자민련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상실로 `한-자 정책공조'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까지 얘기하고 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 번복에"몰염치의 극치"라고 성토했고,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변심 사례'를 열거하며 "이러고도 어떻게 `차기 집권당' 운운할 수 있느냐"고 불쾌해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