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명분때문에 망친 公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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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9일 발표한 공적자금 운용실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공적자금 1백57조8천억원 중 25%만 회수된 상태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은 기업주 3천4백명이 6조원의 재산을 은닉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공적자금의 허술한 사용과 함께 공적자금을 관리해야 할 감독기관들의 잘못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해당 부처들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만들어 이를 배포하고 당시의 불가피했던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같은 시각.서울 역삼동의 평화은행에서는 공적자금을 둘러싸고 또 다른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평화은행 노동조합과 우리금융지주회사간에 노조원들의 퇴직금 문제를 놓고 지난 주말부터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어지고 있었던 것.
양측간 입장차는 간단했다.
노조측은 회사 간판을 내리는 만큼 퇴직금으로 국민은행 퇴직금 수준인 24개월분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노동자들의 딱한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이 우량은행 수준으로 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양측이 제시하는 퇴직금 차이는 겨우 1∼2개월분.사측은 희망퇴직자를 1백∼2백명으로 볼때 노조측이 요구하는 대로 지급할 경우 3억∼5억원의 퇴직금을 더 지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사측으로선 그렇게 부담스러운 돈은 아니다.
그러나 명분이 문제라는 것.실제로 지주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1백%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에서 국민·주택은행의 퇴직금 수준으로 평화은행 노조에 지급했다고 하면 그 비난을 누가 지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양측은 이날 오후 내내까지 1개월분을 더 줄 것인가,2개월분을 더 줄 것인가를 놓고 협상을 계속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적자금 회수의 효율성도 지적했다.
재빨리 해명자료를 돌리는 것도 좋지만 여론의 화살을 두려워해 3억∼5억원의 돈을 지급하는데 눈치를 보기보다는 평화은행 처리문제를 신속히 마무리하는게 공적자금 회수와 우리금융의 정상화에 지름길이 아닐까.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