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말 내놓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 시행 6개월도 못돼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큰 걱정이다. 정부에서는 올 초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위기에 직면하자 보험료 인상,재정지원 확대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면 금년도 적자는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2006년에는 흑자도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재정안정화 대책의 시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금년도 적자는 당초 목표보다 7천4백억원이나 늘어난 2조7천4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담배부담금 시행 지연으로 3천3백억원,퇴직금 중간정산으로 3천2백억원,재정개선대책 시행차질로 3백13억원,보험료 징수이월로 5백62억원 등의 추가 적자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이면 당기 수지균형을 이루고 2006년에는 건강보험 재정을 완전 정상화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당시 의약분업에 따른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졸속으로 마련할 때부터 어느정도 예견돼 왔다. 특별법을 만들어 지역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을 28.5%에서 50%로 확대하려 했던 계획은 야당의 반대로 40%로 낙착됐고,부족분 10%를 담배에 부과하는 건강증진금으로 충당하려 했으나 이마저 입법이 지연돼 차질을 빚고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서 현금흐름에만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재정안정화 대책이 얼마나 안이하게 수립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더욱이 고가약 처방을 막겠다고 내놓은 참고가격제를 이해집단의 반발로 시행해 보기도 전에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런 정책의지로 어떻게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말인가. 국민들은 의약분업으로 초래된 정책혼선과 연이은 의료보험료 인상 및 국고지원에 따른 부담증가로 지칠대로 지쳐 있다. 건강보험은 이제 더이상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는 미봉책으로 재정위기를 넘기려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익집단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의약분업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처방·조제·약제비가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해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본인 부담확대와 보험료 부과 및 징수에도 철저를 기해 수입을 증대시키는 한편 아직도 방만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공단의 경영개선에도 적극 나서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