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어서 그 안에는 당연히 예술혼 같은 것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방법이 바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일이다. 예술가가 주인공인 소설이 많은 이유는 그런 데 있다. 우리 소설 속의 대표적인 예술가 주인공들로는 음악가,화가,시인,소설가에다 도예공이나 무형문화에 해당하는 특수한 재능을 지닌 장인들이 있다. 이청준의 일명 "서편제"류 소설들,유익서의 "민꽃소리"외에 가상의 도시 한가운데를 떠돌며 영혼의 소리를 들려주다 사라진 가객(歌客) 이야기인 황석영의 단편 "가객",두 개의 조국을 두고 번민하며 일생을 살았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일대기를 그린 "나비의 꿈"(윤정모),김동인의 "광염 소나타"등이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다. 미술가를 다룬 소설도 많다. 정한숙의 "금당벽화"에서는 고구려 화가 담징이 일본 호류사의 벽화를 완성해가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이 돋보인다. 당대 정치권력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의 예술을 죽음으로 거부해서 얻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화가를 상상한 이문열의 "들소",신체적인 불구를 그림으로 극복하려는 한 사내를 그리고 있는 이청준의 "날개의 집"등이 좋은 예다. 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표적인 소설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의 원작을 필두로 1960대에는 최인훈이,1990년대는 주인석,구광본 등이 유사한 제하의 소설로 답했고 역시 같은 원작으로 2001년에는 한국 최초라 할 수 있는 하이퍼 텍스트 소설 "디지털 구보 2001"(최혜실 외)이 탄생했다. 호영송은 "시인 왕거인",김원우는 "죽어가는 시인",이문열은 "시인",구효서는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등으로 문인의 일상 속의 좌절을 담았다. 예술가를 가장 자주 다룬 작가는 역시 이청준이다. 그는 소리꾼들 외에도 "매잡이" "줄" "과녁"등에서,생존한다면 마땅히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야 할 장인들의 삶과 비극적 운명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강석경의 "가까운 골짜기"는 분청도예가의 삶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