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값이 폭등하면서 용량이 큰 2백56메가(비트) D램의 비트당 가격이 현재 주력제품인 1백28메가(비트) D램보다 낮아지는 비트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2백56메가 D램 수요가 늘어나 시장의 주력제품이 1백28메가 D램에서 2백56메가 D램으로 넘어가는 '반도체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백56메가 D램의 부상=반도체 시황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마감된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백28메가 D램(16Mx8 PC 133㎒)의 평균 거래가격은 전날보다 무려 23.63%나 뛰어 개당 1.50달러(1.68∼1.45달러)에 달했다. 2백56메가 D램(32Mx8 PC 133㎒) 평균가격은 9.54% 올라 2.87달러(3.05∼2.80)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백56메가 D램 개당 가격(2.87달러)이 1백28메가 D램 2개(3.0달러)를 합친 가격보다 낮아져 비트당 가격이 역전되는 비트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13일 오전에도 1백28메가는 1.72달러를 기록해 2백56메가의 3.43달러보다 비트당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비트크로스는 D램 시장에서 주력제품의 교체를 의미한다. 1백28메가 D램 두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2백5메가 D램 한개를 쓰는 게 원가면에서 유리한 만큼 2백56메가의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트크로스 발생으로 삼성전자와 엘피다 인피니언 등 2백56메가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반대로 2백56메가 시장 진출이 크게 뒤떨어져 있는 마이크론 등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55% 수준인 1백28메가 D램의 생산 비중을 연말까지 40%로 낮추고 대신 2백56메가 D램을 25%에서 4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비트크로스가 1백28메가의 가격 폭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어 시장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D램 가격 전망=D램 가격은 이미 바닥을 확인했으며 월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긴 하나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적지않다. 전병서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가격이 바닥을 확인했다고 본다"며 비수기인 내년 1·4분기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업체들의 재고가 상당부분 해소된 데다 2·4분기 이후 오름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에 나올 매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2월 말 마이크론의 반기결산과 3월 말 일본 업체들의 결산이 있지만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시장에 투매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업계간 공조 분위기가 확연하고 삼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반짝 반등에 그친 지난 4월과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웅 삼성전자 마케팅담당 상무도 "바닥은 이미 3·4분기에 지난 것 같다"면서 이달 말까지는 현재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경기상황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D램 가격의 상승과 반도체업계의 주가 상승만으로 대세전환을 점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D램 가격이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부터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