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의 여파가 세계 미술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독일 쾰른의 쾰른메세에서 열린 쾰른아트페어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당분간 미술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쾰른아트페어는 미국의 시카고아트페어,스위스의 바젤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올해 35회째로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매년 전세계 2백60여개의 화랑이 참가해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바젤아트페어와 더불어 "작품이 잘 팔리는 아트페어"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쾰른아트페어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같은 명성을 무색케할 정도로 역대 최저치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페어조직위측은 작품 거래실적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 부스를 둘러본 관계자들은 작품 판매가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쾰른의 브아스리갤러리,런던의 짐펠 필스갤러리의 경우처럼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못한 곳도 수두룩했다. 특히 값이 5만달러가 넘는 인기작가의 작품은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 미술시장은 앞으로 불황의 늪에 빠질 소지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피카소 뭉크를 비롯해 아르망,죠지 리키,크리스토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출품됐지만 판매 실적은 극히 저조했다. 이번 아트페어를 둘러본 바젤아트페어조직위 관계자들은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는 12월 12일부터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를 내년 12월로 연기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러한 침체된 분위기에도 불구,한국에서 참가한 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은 5만~6만달러의 거래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박영덕화랑은 백남준의 비디오작품인 "케이지"와 한지작가 함 섭씨의 작품 두 점 등 6만달러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거뒀다. 박여숙화랑은 정창섭 김강용 이진용 박은선 씨의 작품 등 15점을 판매했다. 특히 원로작가 정창섭씨의 경우 출품한 3점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함 섭씨는 "아트페어에 참가한 캐나다의 아트코어 갤러리측이 내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내년 10월께 토론토에서 개인전을 갖자고 제의해와 수락했다"고 밝혔다. 박여숙화랑은 러시아 생 페테스부르그의 조셉 키블리스키 국립미술관장과 생 페테스부르그에서 2003년에 박서보 정창섭 김강용 등 한국작가의 전시를 갖기로 합의했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사장은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예년에 비해 판매실적이 기대 이하였지만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정도 팔린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쾰른=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