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는 '초당파적 협력'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경제정책 수립 및 운영 방식에도 일대 혁신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청와대를 중심으로 기존의 여당과 정부 사이에 이뤄져온 '당정 협의'대신 '여·야·정 정책협의'를 상설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대통령 스스로 여당 총재라는 제약된 입장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당적을 초월한 정책 협력을 강화,각종 경제정책 입안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각 경제부처는 김 대통령의 여당 총재직 사퇴가 향후 경제정책 수립과 입법화 과정,그리고 집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부처들은 이와 관련,경제정책 기조가 획기적으로 바뀌기보다는 제1당인 한나라당 입장이 적극 반영되는,'보다 조율된 경제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전 협의가 복잡해지겠지만 여·야·정이 합의를 이룬 사안은 곧바로 입법화와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대다수 경제 부처에서는 이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여당내의 '급진적인 개혁론'이 경제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 규제완화 등을 둘러싼 여당 내부 갈등은 물론 정부내 이견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이 줄곧 '획기적인 기업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만큼 현 단계에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어렵다고 주장해온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한나라당이 지난달 25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야당과의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 이미 야당과의 사전 정책협의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동시에 "야당과의 협의가 강화되면 한나라당으로선 명실상부한 제1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여·정 사이의 초당파적 협력이 경제팀의 운신폭을 오히려 넓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발언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