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수능] 학생들 "수능실험 대상인가..." .. 高3교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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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
수능 다음날인 8일.서울 E여고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교사는 어깨가 축 처져 교실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날 수능 문제지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반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순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직감했다.
가채점 점수를 적어내라고 했지만 대부분 시선을 외면했고 심지어 몇몇 학생은 책상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7일 실시된 수능시험의 성적 하락폭이 전례없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 K고교의 경우 가채점 결과 3백50점 이상의 학생이 학급당 2∼3명에 그치자 수험생과 교사 모두 허탈한 모습이었다.
E여고의 한 학생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애들 사이엔 '수능에 테러당했다'는 농담까지 오고 간다"고 푸념했다.
S고교의 한 교사도 "수능시험이 아니라 아이들을 놓고 벌인 '수능실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가의 재수생들 역시 실의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
재학생에 비해서는 점수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3수를 하는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수험생들의 불만이 증폭되자 수능 당일부터 교육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방문이 폭주해 하루종일 접속불능상태가 이어졌고 교육부의 담당부서에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