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능시험 난이도가 춤춘다. 수험생들이 실험용 모르모트냐"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섞인 푸념이다. 지난해엔 수능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오는 등 초유의 '점수 인플레'사태를 초래하더니 이번엔 다시 까다로운 수능으로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험이 너무 어려워 시험장마다 일부 수험생들이 당황해 울음을 터뜨리거나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속출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3백60점대를 상회했다는 배문고 3학년 한세훈군(18)은 "1교시 언어영역에서부터 혼이 빠져 이후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올해 수능시험이 작년보다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재수생 이모씨(20.대학생)는 "좀 나은 대학을 가려고 응시했으나 지난해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 2교시까지만 보고 포기했다"며 "지난해에는 문제가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었다지만 반대로 올해는 너무 어려워 변별력이 없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복고 3학년 이종길군(18)은 "올해 수능시험은 가장 어려웠다던 97년도 수준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이해찬 1세대'란 오명까지 들으며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피해를 본 것도 서러운데 또 다시 우리를 시험대에 앉히려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산고 3학년 이모군(18)은 "문제가 어려운 건 둘째치더라도 오답을 유도하는 보기 때문에 답안 작성에 애를 먹었다"며 "이러다간 새로운 유형의 찍기 전문 과외가 성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입시학원 관계자들도 이번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원의 국어과 주임은 "언어영역의 경우 학원 강사들이 당초 문제풀이 시간을 30분가량 잡았으나 막상 풀어보니 50분이 지나도 못끝낼 정도였다"고 말했다. 종로학원도 "언어는 물론 수리영역도 지난 97년 이후 최고의 난이도"라고 지적했다. 작년보다 다소 어렵고 재작년보다는 쉬운 수준으로 출제했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과는 딴판이란 얘기다. 평가원은 지난해에도 당초 출제과정에서 전년보다 평균이 3∼5점 낮게 나오도록 문제를 냈다고 밝혔지만 공식 채점결과 전년보다 무려 27.6점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해마다 수험생 및 학부모, 대학들은 대학 지원과 원서접수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교육당국이 장기적으로 '쉬운 수능'으로 가겠다고 약속해 놓고 난이도가 매년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 하면 어떻게 당국의 입시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고 탄식했다. 정대인.이정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