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인 사법처리와 관련,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이 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리고 영사업무 취약지에 대한 예산증액 및 인원확충,인센티브제 도입등 10여개항의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브루나이에서 열렸던 '아세안+3'정상회의에서 돌아온지 불과 12시간만에 영사업무의 획기적(?) 개선 방안을 순발력있게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 장관의 이날 발표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외교부 직원들은 시큰둥했다.외교부 재외공관에 문제가 생기면 내놓는 '단골메뉴'란 지적이다.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외교부의 냉담한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다.즉흥적인 대목이 한두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지원 확대는 기획예산처 등 관련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채 일단 발표부터 했다. 대책대로라면 영사업무 분야에 대대적 충원이 불가피하나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현 상황에선 영사업무의 취약지인 중국에 인원을 보강하려면 자연히 다른 공관에서 인력을 빼내올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쓰러져가는 집 한쪽을 지탱시키기 위해 다른 곳의 기둥을 빼 박아 넣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센티브제 도입도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해온 영사업무 종사자들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구체적인 지원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해외공관의 민원봉사 강화도 해마다 내놓는 교민보호 강화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특히 엄중한 문책을 약속했을 뿐 전·현직 대사 및 장·차관 등 고위직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은 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사업무의 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는 실무진을 중심으로 희생양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팽배한 상황이다. 한 장관도 '급조된 대책'이란 비판을 피하려는 듯 10분 정도 보도자료를 읽은 뒤 국회 참석과 뉴욕 출발을 이유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