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박세리 선수가 팬클럽 회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함께 한 일이 있었다. 6살 꼬마아이부터 학생,직장인,학교 선생님까지…. 팬클럽의 구성원은 다양했다. 골프여왕이 시내 삼겹살집에 나타나다니…. 뜻하지 않은 박 선수의 출현에 식당은 술렁거렸다. 박수를 치고,악수를 청하고,파이팅을 외쳐주기도 하고…. 경호원과 함께 식당에 들어서는 국민영웅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모두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런 초반의 어색함은 박 선수가 먼저 풀어갔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그녀 역시 어색할 법도 한데…. 청각장애가 있다는 소년 팬에게 "아이구,말만 잘하시는데요,뭐…"라며 재치있게 소년의 쑥스러움을 무마시켜주는 모습에서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조금이라도 더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노력하고,팬들이 준비한 작은 선물에도 아이처럼 기뻐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박 선수가 가장 속상할 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필요 이상의 라이벌 구도로 묘사되고,성적이 부진할라치면 '해이해졌다. 변했다'는 기사를 접할 때 어디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선수와 선수를 라이벌 구도로 보는 것은 스포츠 언론의 속성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뒷얘기는 그녀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유명세일 수도 있고…. 하지만 왼쪽을 바라보는 한 선수와 오른쪽으로 시선을 둔 선수의 사진을 배치시키고 마치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면 그건 어느새 진실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로 인해 상처입으며 남몰래 눈물지어야 했다고 한다. 늘 잘한다고 칭찬만 할 수는 없지만 그녀를 아낀다면,그녀를 응원한다면 기사를 쓰는 분들도,기사를 읽는 우리도 조금만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속상한 이야기를 툴툴 털어내고 다시 씨익 웃으며 고기를 집어드는 그녀. 싫어도 싫다고 크게 내색 안하고,좋아도 너무 좋다고 쉽게 환호하지 않는 박 선수,그 모든 감정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 깊게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묵묵히,깊게 익어가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진국'이라고 하던가?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