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대출금 탕감에 따른 세금 논란은 참 우스운 일이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이 있다. 못받게 된 것도 억울한데 그 금액을 접대비로 간주,세금을 매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해당은행들의 주장은 백번 옳다. 관행화된 각 신문사의 보급지(무가지)를 접대비로 봐 세금을 매기는 세상이지만,못받게 돼 탕감해준 대출금을 손비(損費)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개도 웃을 일이다. 이번 사안은 해당은행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면 그만인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당연히 내지않아도 될 세금이 논란거리가 됐다는 사실 그 자체를 직시할 필요가 있고,왜 그런 해프닝이 빚어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하이닉스반도체 탕감액에 대한 세금논란이 빚어진 것은 조세특례제한법 44조 때문이다. 법정관리 화의 파산기업에 대한 대출금 탕감만 결손처리할 수 있도록 돼있어 법률적으로 '정상적 기업'인 하이닉스의 경우 탕감액을 손비로 떨 수 없다는 해석이었다. 다행히 금감원장 승인을 받은 대손충당금은 손금산입이 가능하다는 법인세법 관련조항이 있어 은행들이 억울한 세금을 내지는 않게 될 모양이다.그러나 이번 일은 금융이나 세제가 기업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현실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란 점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중소기업들이 크게 의존하게 마련인 것이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인데,화의나 법정관리로 갱생을 모색해야할 경우에는 그것이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점도 되새겨볼 사례다.법정관리 등의 경우 대출금리가 낮아지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채무자인 해당기업의 경우일뿐이고 대출보증인의 보증채무와는 무관하다. 법정관리가 기업갱생을 위한 것이지 보증인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게 아니란 해석은 법리상 논리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경영 형태인 중소기업의 경우 그것이 법정관리의 금리조정효과를 사실상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 또한 분명하다. 화의나 법정관리가 끝나 기업이 정상화되면 당초 약정금리와 법정관리기간중에 적용된 낮은 금리간 차액을 보증인에게 요구하게 마련이고,이는 결국 회사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출당시의 약정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받겠다는데 동의해 법정관리나 화의가 성립했다면 보증인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법정관리 등 경영실패에 책임을 져야할 특수관계인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시각이 워낙 강한 탓인지 달라지는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현행 법정관리제도도 그런 성향이 두드러진다. 부채가 자산을 웃도는 경우에는 자본금의 50% 이상을 줄여야 하고,기존 경영권자 등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행위로 인하여 정리절차개시원인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주식 3분의 2 이상을 소각하도록 규정한 회사정리법 221조만 봐도 그러하다. IMF 당시인 98년2월 개정된 이 조항은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고,또 그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잘못된 기업인상(像), 기업을 망친 사람에게 채무동결 등 특혜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엄격한 법정관리제도를 불렀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정관리제도는 문제다. 그 논리가 어떻든 이를 택하려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채무안정(동결)성이 낮고 그렇기 때문에 갱생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화의를 선택하는 기업들만 줄을 잇고,개중에는 화의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는 대기업조차 적지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부실기업정리가 항상 특혜시비를 수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비만 의식하는 게 능사일 순 없다. 경기부침,그로인한 부실기업 발생은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부실기업 처리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계속 미루기만 하는 일이다. 기존 경영권자도,은행도 나서서 매듭짓고 싶은 의욕을 가질 수 없는 제도라면 문제다. 바로 그런 점에서 법원이 회사정리준칙을 개정,구(舊)사주도 법정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개정작업도 같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 검건 희건 쥐를 잡아야 고양이듯,현실적으로 기능하는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 본사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