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반등의 마무리인가,새로운 하락장의 서곡인가. 불안한 상승흐름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다시 갈림길에 놓였다. 주식시장은 그동안 아슬아슬한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뉴욕발' 폭풍은 예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섰다. 외국인의 '외끌이' 매수세가 14일 만에 막을 내리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 우려감으로 종합주가지수는 1주일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조정이라는 반응이다. 경기와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채 외국인이 일부 종목을 '편식'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경제지표 등 현실적인 문제가 언젠가는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지수 조정 가능성에 대비,외국인 선호주나 실적호전 내수 우량주,배당유망주,지수 대비 상승폭이 미진한 종목 등으로 투자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펀더멘털이 부각되는 시점=최근 미국 증시는 기업실적 악화에도 불구,경기부양책과 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주가가 테러 이전 수준에 이르자 기업실적과 경기라는 현실의 문제가 다시 발등에 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미국 증시의 급락은 이번주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실업률 등 경제지표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 등이 하락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는 테러쇼크 이후 크게 낮춰진 기업실적 예상치를 충족시킨 대목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예상 수준의 기업실적은 주가 재료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문제가 갑자기 나온 뉴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악재로 작용한 것은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단기 조정은 불가피=전문가들은 테러 사태 이후 단숨에 550선까지 올라선 까닭에 차익매물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테러 사태 이전의 주가를 회복,가격메리트가 떨어진데다 본격적인 매물대 하단에 진입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 사장은 "4·4분기를 최악으로 내년에 경기 개선 기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경기에 선행해 먼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입장에서 이머징마켓 중 한국 외에 투자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일시 매도로 돌아섰지만 이익실현 정도로 판단돼 매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적인 매도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기관투자가들이 조정을 틈타 매수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성호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달 들어 국내 기관의 일별 순매도 규모와 해당일 지수를 가중 평균할 경우 약 523선으로 나타났다"며 "이 지수대까지 조정받을 경우 기관의 재매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한적 종목장세 나타날 듯=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별종목 위주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적이 좋아진 기업이나 내재가치 우량주,배당유망주 등에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60일선,추가로 하락하더라도 20일선이 놓인 520선 근처에서 지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 상승에 부담이 있기 때문에 내수주나 실적호전주 등 위험이 작은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