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변덕스럽기로 악명 높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양국은 적대적에서 우호적인 관계로 급작스럽게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키 위해 최근 상하이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양국의 오랜 차이점은 축소시키고 대(對)테러전 속에서 싹튼 새로운 협력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혼란이 가라앉기 시작한 시기에 낙관론자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시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의 일본 한국 방문도 취소됐다. 그러나 중국은 취임 뒤 첫 외국방문에 나서는 부시 대통령을 맞았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19개국 정상들도 상하이를 방문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중국에 모이기는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제 테러리즘이라는 공동의 적을 맞아 단결하게 된 중국과 미국이 양국간의 긴 분쟁역사에는 관심을 덜 기울일 것이라는게 낙관론자들의 관측이다. 9·11테러사태를 계기로 양국은 이미 우호적인 관계로 복귀했다. 중국은 지금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중국은 자국의 우방국에 대한 공격을 조용히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테러사태에 조의를 표명하고 있다. 또 미국의 불행에 대해 기뻐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도 금지시켰다. 중국과 미국은 전에도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협력한 적이 있다. 80년대 양국은 소련군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 아프간을 지원했다. 주펑 베이징대 교수는 인권문제와 관련, "당시 중국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태였으나 중·미 관계는 매우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현재의 테러전쟁을 활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력과 아프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상대적으로 미국에 제공할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장쩌민 주석은 테러사태에 대해 평상시와는 달리 정력적인 대응을 해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 몇몇 외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했으며 정보수집에 관한 협력도 제공했다. 양국의 친선관계가 더 진전됐다는 징조는 99년 이후 처음으로 양국간 인권회담을 재개한다는 사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은 테러전쟁을 돕는 대가로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지역 분리주의자에 대한 자국의 군사행동을 양해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친절이 80년대의 친밀한 관계로 돌아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눈에는 한때 권위주의적이었던 대만이 건강한 민주국가로 변모한 반면 중국은 과거보다 더 불명확한 점이 많아 보인다. 중국의 협력적인 자세도 미국의 행동에 대해 완전히 느슨해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또 테러전쟁이 외교적인 면에서 중국의 손발을 묶어 두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지원을 제공키로 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이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은 중국과의 분쟁을 꺼릴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학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 센딩리 교수는 "전쟁이 끝나고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없어지면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이 다시 중국의 도전에 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Friends again,for now'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