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이 25일부터 삼성카드 회원에 대해 현금지급기(CD)를 통한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한미은행과 삼성카드간의 이같은 분쟁은 은행권과 LG카드 등 대기업계열 카드사 간의 분쟁으로 확산될 전망이어서 금융당국의 중재가 없는 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은행은 이날 오전 영업시작과 동시에 삼성카드에 대한 CD기 이용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한미은행은 삼성카드측에 CD기 이용수수료를 건당 1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삼성카드측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와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기업은행(3천원) 경남은행(2천7백원)을 비롯 부산은행 농협 등으로부터도 수수료 인상요구를 받고 있다. 또 LG카드도 기업 등 6개 은행으로부터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고 있어 이번 사태가 은행권과 대기업계열 카드사간의 분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10여년간 CD기 이용 수수료가 건당 1천원으로 고정됐던 점을 들어 물가상승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D망은 은행이 공동투자해 구축한 자산인만큼 카드사가 이용하려면 충분한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은행들의 CD기 업무처리원가는 평균 2백60원에 불과하다"며 은행권이 요구하는 수수료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올해 전문계 카드사들이 은행들에게 지급하는 CD기 이용 수수료만도 약 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요구안을 받아들이면 연간 부담액이 7천억원을 웃돌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들이 CD기 이용 서비스를 중단하면 카드사들로서는 자체 CD공동망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국가차원에서 중복투자의 결과를 초래하므로 금융당국이 나서서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계 카드사들은 은행권의 이번 수수료 인상요구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현금서비스 시장에서 전문계 카드사들의 영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