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주력자' 범위 확대를..홍기택 <중앙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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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인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따라서 당분간은 1997년과 같은 위환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융부문과 기업부문 개혁은 갈 길이 멀다.
이 두 부문의 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금융기관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대출·투자심사능력이 향상되어야 기업 구조조정도 제대로 될 수 있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져야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줄어들어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은행 경영의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다음달 정기국회에 은행법을 상정해 개정할 예정이다.
핵심내용은 내국인의 은행주식소유 제한을 풀어 은행의 주인을 찾아 주고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데 있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주력자'에 한하여 모든 소유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해 주도록 되어 있다.
'산업자본'은 4%가 넘는 주식소유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금융주력자는 계열사 자본금 총액 중 산업부문 비중이 25% 미만인 기업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배제하는 이유는 산업부문 부실화 때 은행까지 동반 부실화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도 있다.
'산업자본을 배제한다고 해도 덩치 큰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어차피 대기업밖에 없다.
그 동안 대기업의 경영행태로 볼 때 투명한 은행 경영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감독체계를 강화한다고 해도 은행돈을 빼돌릴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은행 경영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들 반대론자들의 대안은 은행의 소유구조는 국민주의 형태로 하고,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주인 없는 은행의 경영진 선임에 정부 입김을 배제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또 우리 경영 풍토에서 전문경영인이 과연 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이 가능할까.
또 다른 대안은 제일은행의 매각처럼 계속해서 외국인에게 우리 은행의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이다.
외국인의 경우 관치금융 압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시장 중심적 경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이 무시되고 또 철저한 수익성에 입각한 경영은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의한 은행산업 지배는 위기 발생시 우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정부의 은행법 개정안과 같이,국내 기업에 은행을 맡기는 방안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부 개정안의 금융주력자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얼마나 있겠는가.
산업부문 비중이 25% 이하이면서 산업부문의 총자산규모가 2조원 이하이고,자금력과 은행 경영능력을 겸비한 건전한 국내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안처럼 금융주력자로 전환할 2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도 문제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은행 인수를 취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왕에 은행의 주인찾아 주기를 하려면 금융주력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문 비중한도 25%를 상향조정하고 산업부문 자산규모 한도도 크게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많은 기업들이 은행 인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하여 적격자를 선정해야 한다.
투명한 선정절차에 의해 특혜시비를 불식시켜야 한다.
대주주에 대한 감독강화 등 경영투명성을 위한 금융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민영화 이후 은행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영화 이전에 재무건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주인이 바뀌어도 과거의 부실로 인해 계속 부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의 목적인 경영정상화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부실을 더욱 키우고 공적자금 투입이 많아져 결국 국민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hongec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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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