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틈틈히 저점 레벨을 높이고 있다. 지난주 1,302.20원에 올라선 이후 이번주 들어 사흘째 상승세를 잇고 있으나 1,305원에 대한 경계감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밤새 달러/엔 환율의 122엔대 급등과 역외선물환(NDF)시장의 오름세가 개장가를 고점으로 등재시켰으나 환율은 소폭 흘러내린 수준에서 마감했다. 대규모 외국인 주식순매수, 물량 부담 등이 상승 시도를 제한했다. 시장 거래자들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는 전세계적인 달러강세와 달러/엔 환율의 아래쪽이 공고해진 영향이 근거로 자리잡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90원 오른 1,304.50원에 마감했다. 대부분 거래는 1,304원선을 주무대로 했으며 장중 변동폭은 2.50원에 불과했다. ◆ 서서히 레벨 높이는 상승세 = 월말을 앞두고 네고물량은 점차 출회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위쪽에서 물량을 내놓겠다는 의사는 단단한 반면 결제수요를 유입시키기 위한 물량은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무엇보다 달러/엔 환율이나 NDF시장에서의 흐름이 개장초 반영된 직후 국내 장중에서는 고점 매도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NDF, 달러/엔이 강보합권을 유지시켰으나 1,305원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고 외국인 주식자금이 상승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강해지면서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에 조금 편승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저병과 같은 소식은 불안감을 주고 있으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조정을 보이는 가운데 순차적인 상승을 이룰 것"이라며 "달러/엔이 밤새 상승세를 지속해도 내일은 1,305∼1,307원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이 아래쪽이 견고하나 영향을 크게 주지 못하고 월말을 앞두고 오를 때마다 네고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1,305원을 버티기 위해서는 달러수요가 계속 있어야 하나 부담감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차트상 123엔을 넘어 움직일 여지는 많으나 내일 달러/원은 많이 올라야 1,307∼1,308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 상하 공방 = 환율은 이날도 위아래 좁은 범위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었다. 달러/엔 환율, NDF시장 오름세 등이 달러 매수세를 이끈 반면, 대규모 외국인 주식순매수, 레벨 경계감 등이 달러 매도를 이끌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을 좌우하는 역외세력은 장중 뒤로 모습을 감췄다. 밤새 NDF시장에서의 매수세가 환율 오름세를 자극했을 뿐 대체로 관망세로 일관하며 네고물량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업체는 1,305원 위에서는 대기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었으며 결제수요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121엔대의 정체된 흐름을 뒤로하고 상승 가도를 탔다. 달러/엔은 밤새 뉴욕에서 한때 122.58엔까지 오르는 등 10주중 최고치인 122.44엔을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9월 경기선행지수가 5년중 가장 큰 0.5%의 낙폭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최근 뉴욕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미국 경제 반등에 대한 믿음이 다소 견고해진 영향이었다. 이날도 달러/엔은 이같은 상승세를 이어 한때 122.85엔까지 오르는 등 오후 4시 57분 현재 122.63엔이다. 일본의 9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36.9로, 99년 6월이후 최저치를 보이며 급락한 것이 엔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상은 엔화의 호칭단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일본 정부가 경기자극책의 하나로 엔화 단위를 바꾸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통해 경기자극과 사회적인 심기일전의 분위기 조성을 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역외선물환(NDF)시장 달러/원 환율이 달러/엔의 급등을 타고 사흘째 오르며 1,307/1,308원에 마감한 것을 개장가가 반영했다. 전날보다 1.90원 오른 1,30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를 고점으로 조금씩 레벨을 낮췄으며 몇 차례 1,305원대 등정을 위한 시도를 잇기도 했으나 추격 매수 부재와 물량 공급을 배경으로 10시 22분경 1,303.90원까지 되밀렸다. 그러나 이후 달러/엔의 반등에 기대 1,304원선 중반까지 올라섰던 환율은 추가 상승이 막힌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11시 53분경 전날 마감가인 1,303.60원까지 저점을 내린 뒤 1,303.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303.9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303.50원을 기록, 전날 마감가대비 내림세로 방향을 틀어 1시 49분 이날 저점인 1,303원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이 선에서 추가 하락은 저지되고 달러/엔 오름세와 달러되사기(숏커버)로 2시 21분경 1,303.70원으로 상승세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환율은 대체로 1,304원선을 맴돌다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3시 55분경 1,305.20원까지 올라선 뒤 소폭 되밀렸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5.50원, 저점은 1,303원으로 변동폭은 2.50원이었다. 열닷새째 주식순매수를 이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지난 17일이후 다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032억원, 52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으며 전날보다 매수강도가 강해지면서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했으며 24일 오후 이후부터 달러매물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3,1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2억9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3,310만달러, 2억5,490만달러가 거래됐다. 24일 기준환율은 1,304.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