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탄저균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 10월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첫 탄저병 환자가 사망한 이후 탄저균 감염자와 노출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호주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흰색가루가 우편물을 통해 배달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EBS는 오는 24일 오후 10시 미국 공영방송 PBS의 시사프로그램 '탄저병에서 천연두까지,생화학전의 실체'를 방송한다. PBS에서 최근에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탄저균을 비롯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유행성 출혈열 △황우독소 등을 소개하며 탄저균의 정체에서부터 생화학 무기의 종류와 기원,이들이 살포됐을 때 피해정도와 대처법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프로그램에선 그동안 미국이 생화학 무기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를 보여준다. 옛 미 정보국 소속 관리들이 탄저병의 원인균을 개발했던 구 소련 붕괴 후 그들의 생화학 무기가 테러국에 들어갈 것을 경계해 왔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또 영국에서 2차대전 중 시행됐던 동물대상 생화학 무기의 실험 모습과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탄저병 포자의 개발 과정도 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엔 생화학 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구 소련 출신 생화학자인 켄 알리베코프 박사가 출연한다. 그는 "생화학 무기는 한마디로 가난한 나라를 위한 핵무기"로 규정하고 "생화학 무기는 완벽한 전략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지구 최후의 날을 불러올 무기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처럼 생화학 무기는 핵무기의 20∼30% 가격으로 제조할 수 있어 '빈자의 핵무기'로 불린다. 미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탄저균 역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조할 수 있고 운반하기도 쉬워 이번 테러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탄저균이 몸 안에 침투하면 5∼6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일단 발병하면 급속히 몸 속의 조직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를 만들어 1∼2일만에 70~80%가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