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결정 '잣대'가 바뀐다..업종 유사한 등록업체 주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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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등록추진 업체들의 공모가를 결정하는 잣대가 본질가치에서 상대가치로 바뀌고 있다.
본질가치는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등을 토대로,상대가치는 업종이 비슷한 등록기업들의 주가 등을 기초해 산출된다.
최근 상대가치를 반영하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은 공모가 결정때 중요한 요소인 본질가치가 금리 하락으로 크게 올라 '공모가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본질가치를 통해 공모가를 높게 매기면 등록후 시장조성부담만 커진다는 주간사들의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모가에 상대가치를 선택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유사업체도 임의선정되는 경향이 강해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대가치 반영기업 늘어난다=하반기 들어 공모신고서에 본질가치와 상대가치를 함께 제시하는 등록추진 업체들이 늘었다.
지난 7월엔 위자드소프트 오성엘에스티 등 12개사,8월엔 안철수연구소 등 3개사,9월과 이달엔 각각 2개사가 공모가 산정기준으로 상대가치를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시장하락세로 등록추진 업체의 공모가가 기등록된 유사업체 주가보다 높은 사례가 많다"며 "유사업체 주가가 반영된 상대가치를 이용해 공모가를 분석토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투신 관계자도 "공모주 배정을 받기 위한 수요예측때 본질가치보다는 상대가치까지 반영된 공모희망가격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매분기 낮아지는 자본환원율도 상대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노기선 기업금융팀장은 "자본환원율은 지난해 12%에서 올 1월 10.5%,그리고 10월에는 8%로 낮아져 본질가치를 평균 20% 이상 높였다"고 지적했다.
자본환원율이란 자본의 향후 기회비용으로 시중은행 5곳의 1년만기 정기예금 최저이자율의 평균치를 50% 할증한 수치다.
기업의 본질가치는 향후 예상수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눈 수치여서 자본환원율이 낮아지면 수익이 늘지 않아도 본질가치는 높아진다.
◇상대가치에 대한 느슨한 규정=전문가들은 상대가치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H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주간사 입장에선 공모가를 낮춰 시장조성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강제사항이 아니지만 상대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 공모주 청약기업들은 가뜩이나 낮아진 공모가를 더 끌어내린다며 반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상대가치가 공모가 산정때 유리한 업체에만 선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업종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유사기업 선정기준인 자본금이나 매출액 등의 규모도 어느정도인지 규정되지 않아 악용될 소지는 더욱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들은 수익모델도 다양한 데다 기존 등록기업들의 주가도 주가조작 등으로 비합리적인 경우가 적지않아 상대가치 적용을 의무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