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인수권 행사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다. 최근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발행 당시 부여했던 리픽싱(가격조정) 조항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업체는 조정폭이 50%를 넘고 이미 하한선까지 낮아진 곳도 적지 않다. 주식전환 가격이 낮아진 CB나 BW는 향후 해당기업에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CB와 BW의 전환가는 해당기업 주가가 오르더라도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며 "전환가는 크게 낮아진 반면 최근 시장 반등으로 주가가 많이 회복돼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폭 낮아진 전환가격=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미국 테러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11일 이후 주가 하락으로 CB나 BW의 전환가격을 낮춘 곳은 일간스포츠 인바이오넷 세화 등 30개로 나타났다. 이들중 절반이 넘는 16개사는 전환가격이 조정 이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프리챌홀딩스는 해외CB의 전환가를 당초의 3천2백5원보다 58.6% 낮은 1천3백26원으로 조정했다. 해외 BW의 인수권 행사가도 종전 3천5백76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천2백80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프리챌홀딩스가 발행한 CB나 BW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은 두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9월5일 5천9백62원에서 3천4원으로 BW 행사가를 50% 가까이 할인했던 디지텔은 지난 4일에도 2천8백77원으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주식으로 바뀌면 물량부담=전환가나 행사가가 크게 낮아진 CB나 BW는 해당기업의 물량부담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시장이 최근 반등세를 보이며 해당기업 주가도 회복돼 주식전환후 장내매각에 따른 차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CB나 BW가 주식전환후 신규등록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로 등록되는 CB나 BW전환물량은 그동안 시장침체로 뜸했다. 화인썬트로닉스의 경우 11만6천주에 해당하는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지난 12일 등록됐다. 전환가는 주당 2천9백원으로 지난주말 주가(4천7백90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당장 16일부터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흘러 나올 수도 있다. 세화도 CB 주식전환 물량 4만주가 16일부터 시장에 등록된다. 전환가는 5천9백71원으로 주가(6천8백40원)를 밑돌고 있다. 인바이오넷도 1만3천주가 15일 등록될 예정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