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내 수출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출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IT산업의 침체를 꼽는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은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로 그보다는 상품구성과 경쟁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나라에 대한 수출액이 줄어들 경우 그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수입국이 내수 침체 등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덜 사간 경우다. 둘째 수출 시장을 경쟁국에게 빼았긴 경우다.셋째 수입국이 사가는 품목 구성을 바꿨는데 수출국이 팔려고 내놓은 품목은 변하지 않았을 경우다. 한국이 올 상반기동안 미국에 수출한 금액은 1백79억달러로 1백84억8천만달러였던 작년보다 5억8천만달러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중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해간 금액은 되레 작년보다 0.6% 늘었다. 따라서 미국경제가 불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실적이 나빠진게 아니라 미국시장을 경쟁국가에게 빼앗기고 상품구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작년 상반기의 3.2%에서 올해는 3.1%로 줄었다. 가격경쟁력 하락하면서 반도체는 말레이시아에,컴퓨터는 멕시코 중국 등에 시장을 빼앗겼다. 철강은 보호무역정책 때문에 시장에서 밀렸다. 반면 자동차 선박 휴대폰은 미국의 수입액이 변화없거나 줄었음에도 오히려 수출액이 증가해 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국의 대미수출 상위 7대 품목중 자동차와 철강을 제외한 5대 품목은 미국의 수입 자체가 작년보다 줄어 경기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에 수출 상품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1996~2000년 동안 대미수출액은 꾸준히 늘었으나 경쟁력이 강화돼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은 99년 한해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미국의 수입총액이 늘어났기 때문에 한국의 대미수출도 덩달아 늘어난 경우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 테러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수입총액 마저 줄어 대미수출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의 IT경기가 살아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력 상품구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