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4차공습은 아프간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9일 오전 1시)께 시작됐다. 이번 공격에도 B-1폭격기와 미사일이 동원됐다. 미국의 국방부관리들은 이날 양국 전투기들이 수도 카불을 비롯 탈레반의 동부 전략요충 잘랄라바드, 남부거점 칸다하르 등 아프간 목표물에 대해 공습을 가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4차례 공습으로 24개 목표물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나 탈레반 지도부는 무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공습 작전의 형태를 점치기는 어렵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습이 수일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공격의 최종 목표는 아프간이 테러 조직의 활동기지로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도록 막는데 있다. 이를 위해 테러조직을 후원하는 탈레반 정권의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키면서 정권 자체를 궤멸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2~3일간의 집중 공격후 아프간의 군사력을 다시 평가한 다음 재공습을 단행하는 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군사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배치한 제10산악사단 병력등을 비롯 특수부대를 금명간 침투시킬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라덴체포의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날 공격에 동원된 폭격기들이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서 발진하는 등 작전 거리상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미국이 주변 국가들의 기지 사용 허가를 받으려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인도와 파키스탄 방문을 지시했다. 미국이 공격 목표를 제한하고 '적군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이번 전쟁을 '문명 충돌'로 비화시키려는 빈 라덴측의 작전을 초장부터 차단하려는 심리전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과 교전중인 북부동맹을 활용한 대리전 양상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슬람 최고의 종교행사인 라마단(금식월)이 다음달 16일에 시작되는 데다 혹한기가 다가오고 있어 미국이 그 전까지 공습을 마무리짓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을 궤멸시키기 위한 이번 보복 공격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미국이 선언한 '21세기 첫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작전은 아프간을 겨냥했지만 우리의 전선은 보다 더 넓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등지로의 확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