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작가 신성희씨(53)가 오는 11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공간에 대한 복합적 실험'을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일관되게 '평면의 입체화'를 꾀해 온 작가다. 20여년간 파리에 머물며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으로 프랑스에선 '마티에르 작가'로 통한다. 파리의 10대 화랑인 '보드앵 르봉'갤러리 전속작가로 한국보다 프랑스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에서 7년 만에 갖는 그의 22번째 개인전이다. 어찌보면 그의 입체화 작업은 너무나 간단하다. 우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후 그린 것을 찢고,찢겨진 것을 캔버스에 다시 묶어 재구성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화려한 색깔로 단장된 캔버스를 1∼2㎝의 가는 끈이 되도록 길게 잘라낸 다음 그 조각들을 아이들이 딱지를 엮듯 씨줄과 날줄로 다시 결합시키는 작업이다. 화면엔 찢겨진 조각들로 인해 수많은 구멍들이 있고 그 구멍을 통해 그림자가 생겨 평면에서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의 그림은 찢어지기 위해 그려진다. 찢는다는 것은 이 시대 예술에 대한 질문이며 그것이 접히고 묶이는 것은 곧 나의 답변이다. 그림 조각들을 묶는 것은 평면은 평면답고 입체는 입체답고 공간은 공간답게 하기 위한 결합이다" 캔버스를 파편으로 조각내어 '죽인 뒤' 이를 재조직해 새로운 의미 공간으로 되살린다는 얘기다. 평면안에서 입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엄밀히 보면 반입체에 해당된다. 홍익대를 나온 신씨는 1980년 프랑스로 건너가 콜라주 작업에 몰두했다. 캔버스에 대한 실험을 거듭한 끝에 90년대 중반부터 화면을 찢어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모두 30여점이 소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최근에 제작된 입체적 평면작과 함께 초기작으로 골판지를 이용한 오브제 작품들도 내놓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아들 형철(28),딸 혜리(26)씨가 함께 작품을 출품한다. 각각 건축과 패션을 공부한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서로 작품에 영향을 주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혜리씨는 지난해 포르투갈 포르토의 '국제의상 콩쿠르'에서,형철씨는 올해 프랑스 '디나르 콩쿠르'에서 각각 대상을 받은 뒤 최근 프랑스에 'Shin's'라는 이름의 멀티미디어 디자인 아틀리에를 설립했다. 전시는 25일까지다. (02)734-611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