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보시면 안돼요" 얼마전 한 골프장 프런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확히 예약자 이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서 그 시간대의 리스트를 보고 찾겠다고 했다. 보통의 경우 시간대별로 적혀진 예약자 리스트에서 아는 동반자의 이름을 찾아내 그 옆에 출석체크를 하면 되는데 그곳은 달랐다. 프런트 직원이 한사코 가리개로 가리며 보여주질 않았다. 동반자 세명의 이름을 다 대고서야 그중 한명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 있어 체크인 할 수 있었다.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해 준다는 서비스 정신은 이해하지만 골프치러 온 게 서로에게 그렇게 숨겨야 할 일인지….답답했다. 요즘의 추세일까,그 골프장만의 유난스러움일까? 수십곳의 골프장을 가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최근 타당 1백만원의 내기골프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가 전파를 타는 순간,'골프=도박'의 공식이 성립되며 골프는 또 한층 음지로 들어가는 꼴이 되었다. 골프의 순수한 동기는 어느 세월에 누가 알아줄까? 내가 아는 한 분은 자신이 골프를 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티박스에 올라가 있을 때는 항상 절정의 행복을 맛봅니다. 공을 날리기 전이니까요. 까마득히 먼 페어웨이 정중앙이나,아니면 파3의 경우 핀 옆으로 붙일 수 있을 듯한,이러한 상상을 하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그게 깨지는 데는 찰나의 시간이 소요될 뿐이지만 말입니다" 이 얘기에 공감하지 않는 골퍼가 또 있을까? 볼 하나 때문에 행복함을 느끼는 소년 같은 동기들…. 대다수의 골프치는 이유가 이렇게 순수할지라도 이런 소박한 동기 따위는 한 건의 내기골프 사건에 늘 묻혀버리고 만다. 이 일로 프런트에서 동반자의 이름조차 확인할 수 없는 골프장이 늘어날까 걱정이다. 고영분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