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단 둘이 사는 평범한 여고생 `미아'.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머리 모양도 항상 부스스해 잔뜩 멋 부리는 여학생들사이에서 가장 초라하다. 게다가 남 앞에 서면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내야할 정도로 수줍음을 타다보니 친구라곤 환경 운동에 열을 올리는 `릴리'가 전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녀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할머니가 느닷없이 나타나 미아가 유럽 어느 나라의 공주이며, 앞으로 그 곳을 통치해야 한다는 믿기지않는 사실을 들려준 것. 물론 할머니는 그 나라의 왕비였다. 이때부터 미아의 공주 수업이 시작되는데, 걸음걸이를 교정하고 안경을 벗어 송충이 같은 짙은 눈썹을 가다듬고, 고수머리를 쫙쫙 펴니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한다. 줄리아 로버츠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게리 마샬 감독의「귀여운 여인」이 성인판 신데렐라 이야기였다면「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추석 특집' 어린이들을 위한순정 만화쯤 될까. 감독도 역시 게리 마샬. 소녀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공주가 되고 싶은 욕망'이 소재인 만큼 눈높이를 대폭 낮춰 동심으로 돌아간다면 진부한 줄거리와 이야기 접근 방식도 그럭저럭 눈감아줄 만하다. 가꾸기 전(before)과 가꾼 후(after)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패션 잡지의 단골 아이템처럼 공주로 변신한 뒤의 극적 효과를 노리는 대목은 아무래도 낯간지럽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용이 좀 심했다 싶은 어른들이라면 뮤지컬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작)에서 가정교사 `마리아'로 나와 아이들과 멋진 노래를 들려줬던 여배우 줄리 앤드류스가 왕비로 변신한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28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