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수박겉핥기'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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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인도양까지 넓히는데 대한 해석과 대책은 뭡니까""고이즈미 정권의 탄생배경과 실체는 뭡니까"
22일 도쿄 아자부의 주일 한국대사관 2층 대회의실. 토요일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일본 관공서와 기업들이 문을 닫는 날이라 대사관 밖은 행인과 차량의 모습도 뜸했지만 감사장은 반대였다.
여,야 중진 의원 8명과 업무 보고를 위해 출근한 수십명의 대사관 간부 직원, 그리고 보도진들로 실내는 가득찼다.
그러나 장소만 도쿄로 바뀌었을 뿐 오고 간 질의와 답변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식선의 질의도 수없이 반복됐다.
역사교과서와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절반 이상의 의원이 비슷한 질의를 던지자 최상용대사가 한데 모아 답하는 풍경까지 연출됐다.
수감기관 본연의 업무,능력 범위와 관계없는 질의및 동문서답식 답변도 서울과 마찬가지였다.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는 "일본이 전력증강계획에 따라 군사대국의 목표를 차분히 실현시키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핵심을 찌르는 질의 대신 무력사용을 포기한 일본 헌법 관련조항을 카피해 돌리라는 주문도 떨어졌다.
의원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송곳같은 질의와 수감기관이 쩔쩔매는 궁색한 답변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일 외교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일본 언론에서는 재일교포 금융기관의 경영난맥상을 고발하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도쿄상은의 내부 부정및 비리와 관련돼 전 이사장이 구속되는 망신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일이 교포은행 설립과 은행에 대한 일본 정부 지원에 유,무형의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감사장에서는 사건이 교포사회와 한국에 미치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는 질의가 들리지 않았다.
은행설립의 사실상 중추역할을 해온 주일 대사관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통일외무위는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위원회다.
하지만 중진의원들이 날카로운 질의와 비판대신 미소와 인품만 보이고 돌아가기에는 정치에 쓸려 내려간 경제외교 현안이 너무나 급박한 게 도쿄의 현실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