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박수근(1914-1965)의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인 이중섭 장욱진의 작품값이 제자리 걸음인데 비해 유독 박수근의 그림값만 급등하고 있다. 그의 그림가격은 올초만해도 호당 1억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4월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열린 경매에서 1962년작인 "여인들"(2호)이 3억6천만원에 낙찰됐다. 중개 수수료(5.5%)를 감안한 거래가격은 3억8천만원으로 호당 1억8천만원이다. 올해들어서만 무려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에 대해 김순응 서울경매대표는 "박수근 그림을 찾는 콜렉터들은 많지만 나오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없어서 못파는 상황"은 이중섭 등 다른 인기있는 요절작가도 해당된다. 하지만 박수근의 경우 한국민의 서민적인 삶을 특유의 마티에르로 표현해 애호가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그림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 실시되는 서울옥션하우스 경매에 박수근의 "앉아있는 여인"(22x28cm.3호)이 나올 예정이어서 미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60년대에 그린 이 작품은 좌우구도가 균형을 이루고 고달픈 생활상이 배어있는 여인의 모습이 화면 가득 담겨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예정가없이 개별 문의로 판매될 예정이지만 낙찰가가 4억원을 웃돌 것으로 서울경매측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소장가가 그의 골수 팬인 미국의 마가레트 밀러여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외교관 부인으로 한국에 왔던 밀러여사는 박수근의 작품에 반해 경제적으로 그를 지원하고 미국에서 박수근의 작품을 알렸던 인물.그는 한때 23점에 달하는 박수근 그림을 갖고 있어 최대 소장가로 알려지기도 했다. 노승진 노화랑대표는 "박수근 작품에 대한 인기를 감안할 때 그의 그림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