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자 은행들은 즉각 예금금리를 같은 폭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5%(고시 기준)선까지 떨어졌다. 이자소득세(16.5%)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1%포인트 정도 마이너스 상태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은행에서 돈을 빼내 투자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이자소득 생활자들은 더욱 속만 끓이게 됐다. ◇ 예금금리 잇따라 내려 =한빛과 신한은행은 콜금리 인하조치가 발표된 19일 오전 곧바로 예금금리를 내렸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표지어음 등의 금리를 일제히 0.3%포인트씩 내렸다. 이로써 1년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종전의 연 5.0%에서 4.7%로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영업점장 전결로 거액예금에 대해 최고 0.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얹어 주기 때문에 1년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가 연 5.5%에서 5.2%로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은행은 19일부터 MMDA 금리를 연 4.5%에서 4.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20일부터는 실세 정기예금 금리를 0.4%∼0.6%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한빛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5.4%에서 5.0%로 낮아지게 된다. 국민·주택은행도 빠르면 20일부터 예금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그동안 예금금리의 소폭 인하방안을 모색해 왔던 이들 은행은 한은의 콜금리 인하조치를 계기로 인하폭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금리 인하폭은 정기예금이 0.3%∼0.4%포인트, MMDA는 0.4%∼0.5%포인트, 적금은 0.5%포인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주택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연 4.9%에서 4.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도 20일부터 MMDA 금리를 0.5%포인트 내리기로 했고 하나 한미 제일은행 등도 이번주 중 예금금리를 내릴 방침이다. ◇ 은행에 맡기면 손해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로 1년만기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연 4.5%선까지 떨어졌다. 이자소득세 16.5%를 빼면 고객이 손에 쥐는 이자는 연 3.75%.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4.7%(전년동월 대비)보다 1%포인트 가량 낮은 것이다. 본격적인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에 들어온 셈이다. 예컨대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연 4.5% 기준)에 맡기면 세금을 떼고 받는 이자가 연간 3백75만7천5백원, 월 31만3천원밖에 안된다. 1년전 정기예금 금리가 연 8%였을 땐 월 55만6천6백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1년새 이자소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자만 받아 생활하는 퇴직자 등 노년층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아 은행에서 돈을 빼더라도 투자할 만한 곳이 별로 없는 형편"이라며 "현재로선 MMDA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돈을 맡기고 투자 대상을 관망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