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24
수정2006.04.02 02:26
박천웅 <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회장 cwpark@staffs.co.kr >
기술개발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오디오 신호를 디지털화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기록 용량이 큰 VTR를 기록 장치로 쓰기 위해 일부 기능을 바꾸는 문제를 전문가와 협의했다.
하지만 그는 VTR는 세계적으로 규격이 통일돼 있는데 왜 바꾸려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직무를 통해 관련된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가게 되고 이런 경험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는 그 효용을 발휘하게 되지만,반대로 이처럼 특정경험에만 의존하게 되면 기존의 틀을 깨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일반적으로 지식이나 경험은 '창고 속의 지식'인 경우가 많으며,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한 경우 끄집어내 활용한다.
이에 비해 조건을 주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와 경험·지식 등을 잘 융화시켜 최적의 해결방안을 얻어낸다는 의미로 '용광로 속의 지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식을 창고에 보관하느냐,녹여서 보관하느냐의 차이는 크다.
용광로를 통해서 나온 지식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지혜'로 발전하고,이는 창조적 개념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비해 창고 속의 지식은 그대로 사용하거나 개선·변형밖에 이룰 수 없어 한정된 범위에서의 사고를 하게 되는 한계를 갖는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정보가 점점 일반화되어 누구에게나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과거처럼 창고에 지식의 양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창고형 지식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주변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차별화가 요구되는 때일수록 '창의적 사고'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며,이는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을 '용광로'에 녹여 '지혜'를 만들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