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 공격으로 뚫린 충격으로 인해 부시 행정부의 외교.국방 정책은 앞으로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 미국의 유력지(誌)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호(9월24일자)에서 "대미 테러 참사가 발생한 지난 9월11일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안보정책의 우선 순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국방예산 축소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 고립주의적 외교노선 추구 등 기존의 주요 정책 기조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며 '테러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대응'이 지상과제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 초점 변경 =부시 행정부 국방정책의 상징이랄 수 있는 MD체제는 당분간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됐다. 검증되지 않은 '불량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구태의연한 미사일방어망보다는 본토 방위능력을 강화하는게 훨씬 더 시급한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 안전검색을 철저히 하고 구멍이 난 공항 안전망을 보강하는 일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이번 사태와 같이 치밀한 작전에 의한 지능전이나 화학.생물 무기를 사용한 지상전 등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공격 패턴에 대비한 강력한 공수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이에따라 부시 행정부는 기존의 국방 예산 축소 계획을 재검토하고 '성역시'되어온 사회보장기금까지 동원해서라도 자국 안보를 위한 국방예산 증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노선 구축 절실 =미국이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계 국가들과의 협조체제가 필요하다. 미국이 주도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러시아, 아시아 우방국들의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 따라서 지역갈등에 대한 개입을 꺼리고 국익만을 추구해 오던 부시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외교 노선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부시 행정부는 또 중동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면서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던 태도를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