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의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충돌 직전 지상의 가족들과 나눈 통화내용이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날 희생된 테드 올슨 법무차관의 부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핸드폰으로 납치사실을 알리는 등 사태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11일 오전 테드 올슨 미 법무차관은 테러범의 항공기에 타고 있던 아내 바버라로부터 2통의 짧은 전화를 받았다. 바버라는 이날 전화를 통해 '비행기 납치범은 조종사와 승객 모두를 비행기 뒤쪽으로 몰아넣았다. 납치범들은 칼을 여러 자루 갖고 있다'는 내용의 충돌 직전 긴박한 순간들을 전했다. 그녀는 당시 납치범들이 칼을 들이대며 후미로 가 있으라고 하자 나머지 승객 57명과 함께 비행기 뒤편에 몰려 있었다. 범인들의 위협에 기내가 아수라장이 돼 있는 동안 몰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한 것. 바버라 올슨은 연방검사 출신으로 클린턴 탄핵을 찬성했던 CNN방송의 보수적 논평가로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이날 오전 바버라는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에서 아메리칸 항공의 LA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래는 하루 전날인 10일 비행기편을 예약해 놓았지만 남편 테드의 생일 때문에 출발 날짜를 늦췄다가 사고당한 비행기에 탑승, 참변을 당했다. 세계무역센터에 첫번째로 부딪힌 보스턴발 AA11기에 탑승한 한 승객도 충돌 직전 아버지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첫 전화에서 '승무원이 찔렸다'고 전했으며 두번째 통화에서는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고 외쳤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