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여의도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폭격을 맞은 듯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객장에 나온 투자자들은 대부분 넋이 나간 듯이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주가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발빠른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오전장이 열리지 않자 투자자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증권거래소에는 '증시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SK증권 목동 지점에 나온 한 투자자는 "폭락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증시 문을 닫거나 일본처럼 상·하한가 폭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관계 당국을 원망. ○…투자자들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동시호가에서 대부분 종목에 매도주문이 쌓이면서 일찌감치 폭락장세를 예고하자 크게 술렁였다. 낮 12시 종합주가지수가 50.43포인트 폭락한 490.14로 출발,시세판이 온통 시퍼렇게 물들자 투자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팔자'에 나서면서 투매현상까지 빚어지자 결국 개장 2분 만에 서킷브레이커에 걸려 매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10% 이상 급락하며 1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는 지난해 4월17일과 9월18일 이후 사상 3번째다. LG투자증권 구교창 명동지점장은 "평소와 달리 투자자들의 전화 문의가 뚝 끊겼다"면서 "천재지변과 같은 큰 사건 앞에 망연자실해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에 대한 테러사건이 터지자 해외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내 펀드에 대한 환매 요구는 아직 없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해외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피델리티 펀드를 환매하고 싶은데 즉시 환매가 가능하느냐"는 문의가 평소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전언.이 관계자는 홍콩의 피델리티사에 환매 여부를 문의해 봤지만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답변이 없어 환매에 응할 수 없었고 피델리티 본사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해외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환매요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영춘.이건호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