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미국 테러사태 충격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악몽과도 같았던 수요일, 단축된 거래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종합지수는 64.97포인트 급락, 33개월여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코스닥지수는 11.59% 속락했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682.85포인트, 6.63% 낙하, 9,610.1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홍콩 항생지수는 오후 3시 12분 현재 9% 이상 하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02% 빠진 475.60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98년 12월 5일 기록한 469 이후 최저치이고 하락률로는 사상 최대 기록. 코스닥지수는 600종목 이상이 하한가로 주저앉은 가운데 7.16포인트 내린 54.64를 가리켰다. 이날 증시는 화요일 아침 뉴욕, 워싱턴 등 미국 주요 지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라는 돌발 악재에 500선이 여지없이 무너져 하락 갭을 만들며 출발했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투매가 몰아쳤다. 뉴욕 증시가 이틀간의 휴장을 결정한 사이 유럽 증시에 이어 닛케이지수가 10,000선이 무너지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의 동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이 뒤늦게 개장한 국내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이날 증시는 평소보다 3시간 늦은 낮 12시에 개장했다. 이에 따라 장초반 거래소, 지주선물, 옵션 등 모든 거래가 정지되는 서킷 브레이커즈가 올들어 처음으로 발동됐다. 이후 2,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투매 기미는 다소 진정됐고 일부 저가매수세가 들어오면서 499선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경기 침체 지연 우려가 더욱 짙어진 데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보복 등 향후 처리 문제가 진행중이라는 부담감으로 장후반 낙폭을 키웠다. 전업종이 하한가에 가까운 내림세 보인 가운데 844개 종목이 내렸고 이중 하한가 종목이 무려 621개에 달했다. 이는 IMF 체제에 돌입한 지난 97년 11월 24일 825종목이 가격제한폭을 아래로 채운 후 최다 기록이다. 상승종목은 상한가 4개를 포함 15개에 불과했다.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풍산업, S-Oil, 한국석유 등 일부 석유와 금관련업체가 매수세를 받았다. 투자주체별로은 최근 열흘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장을 지탱하던 개인이 매도세로 돌변, 1,92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도 1,175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중심으로 이들 물량을 받아내며 2,835억원을 순매수했다. 선물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둔 이날 프로그램 매수는 2,784억원 유입되며 추가 하락 저지를 도왔다. 프로그램 매도는 388억원 출회에 그쳤다. 지수관련 대형주도 폭락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하한가로 추락했고 삼성전자, 한국통신공사, 국민은행, 주택은행, 신한지주, 한국전력 등이 대부분 10% 이상 내렸다. 시장 관심이 집중된 구조조정 관련주인 하이닉스, 현대증권, 대우차판매 등도 대부분 하한가를 가리켰다.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변수 등 내성이 약화된 상태에서 외부충격에 따른 심리적인 패닉 상태로 접어들어 급락이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단기 기술적 반등을 노릴 수 있겠으나 이번 사태가 경기와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폭락은 멈추더라도 지속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하락 조짐을 보인 가운데 미국 테러 충격으로 폭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국제유가 급등, 수출 타격 등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당분간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