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현실로 다가온 '빚얻어 빚갚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만기도래하는 공적자금 관련 채권을 갚기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 되고 있다.
본지가 5조7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만기상환용 공채에 대한 보증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는 보도(9월11일자 1면 참조)를 한데 대해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있자 진념 부총리가 이를 일단 부인하기는 했다.
그러나 진 부총리의 말대로 만기상환채 발행없이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하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적자금 상환부담은 지금까지 조성된 것만 하더라도 원금 81조2천억원에다 예보와 자산공사가 이자상환용으로 빌려간 35조원을 합쳐 총 1백16조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연말까지 추가조성될 공적자금을 더하면 1백34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상환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은 5년 만기채가 대종을 이루고 있어 2002∼2006년 사이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데 있다.
연도별로는 내년에 10조원,그후 2006년까지 매년 평균 20조원이나 갚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공적자금 회수율은 25% 정도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회수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예금대지급과 출연금은 대부분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이미 판명나 있고,회수 가능 공적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회사 출자주식은 회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정부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의 조기 민영화를 외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인수주체를 찾기도 쉽지 않아 제값을 받고 팔기란 요원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사정이 이렇다면 연간 1백조원 남짓한 재정규모에 비추어 볼 때 향후 5∼6년 동안 1백34조원을 상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공적자금을 5년 만기채 위주로 조달할 때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만기상환용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빚을 내 빚을 갚는 상황으로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 보증채 상환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달리 뾰족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공적자금에 대한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만기상환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다.
비현실적인 공적자금 회수계획에 집착해 계속 말을 바꾸게 되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