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의 박스권 혼조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실업률 충격으로 경기 악화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등장하고 기업들의 실적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내 증시에서 개인들의 버티기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 사막에 던져진 무사들처럼 = 최근 국내 경기나 기업실적 전망과 관련해 좋게 발표된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해외 악재 속에서도 국내 종합지수는 550선에서 버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장중 열리는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지역 역시 하락세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상승은 못해도 현상유지를 함으로써 여타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법정관리설에다 통상마찰이 극에 달하면서 정부가 시장에 맡긴다는 말을 할 때까지만해도 하이닉스는 국내 증시를 암초로 몰고간 장본인이었다. 이 때 종합지수는 570선에서 540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주 채권단의 하이닉스 출자전환이나 신규자금 지원 등 채무재조정안이 나오고 산업은행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한빛은행의 측면지원, LCD 부문의 매각건이 추가됐다. 이 때부터 하이닉스는 '저홀로' 상승했고 거래량의 60% 가까이를 독차지하면서 개인 매수세를 붙들어 놓고 있다. 정부의 건설부양 의지로 건설주와 자산주가 뜨는 배경에도 하이닉스 살리기 심리가 배여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이 급락으로 매도보류한 상황에서도 연 아흐레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에 대한 개인들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이닉스로 거래시스템이 멈춰설 지경이고 거래소 거래량의 비중은 단일종목임에도 연일 58%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상한가 근처까지 갔다가 8.5% 가량 오른 1,400원에 마감, 지난 4일 이래 닷새째, 종가기준으로 75% 급등했다. 더욱이 이날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S&P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지원에 시비를 걸며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현지법인인 HSMA의 투자등급을 기존 CCC+에서 CC로 낮췄다. 전망은 '부정적 감시대상'에, 향후 출자전환할 경우 '선택적 디폴트'(SD)로 하향조정하겠다고 경고했으나 개인의 거래욕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비중은 거의 연중 최저치까지 감소하는 가운데 개인의 매매비중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 매수로 해외 여러국가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도 우리만 버티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미국 경기·주가 하락 멈추나 = 미국의 8월 실업률은 무려 4.9%로 4.5∼4.6%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최근 4년중 최악의 수준을 기록, 미국 주가는 다시 고꾸라뜨렸다. 미국 다우지수 1만선에 대한 믿음이나 나스닥 1,800선은 지켜지리라던 예상은 이미 과거의 기억이다. 지난 금요일 미국 다우지수는 234.99포인트, 2.39% 떨어진 9,605.85에 마쳤고, 나스닥지수는 17.94포인트, 1.05% 하락한 1,687.70에 마감했다. 최근 2주일, 지난 3일 노동절 휴일을 제외하고 거래일 기준으로 9일 중에서 다우지수는 1만선이 붕괴된 가운데 6일 하락했고, 나스닥은 8일이나 빠지며 내리막을 질주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경제의 핵겨울'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시장이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도무지 회복사인이 없다'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실업 급증은 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주고 경기악화로 당분간 기업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주식을 살 의욕이 생기겠냐는 게 현지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에서 소비부문의 불안감이 확산되면 수입증가율 하락을 통해 수출을 축으로 하는 국내 경기는 더욱 위축받을 수 있다"며 "미국 주가가 현재 하락을 멈추고 안정되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이 약화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 주가가 급락한 뒤 반등 가능성이 예견되기는 하지나 당장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부여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개드는 경기부양·추가 금리인하 =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경제회복에 두겠다고 선언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브레이크가 걸릴 지 주목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경기대책은 8월 소매판매가 발표되는 금요일 이후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8월 소매판매 동향은 감세정책의 효과, 조세환급분의 소비에 미친 영향에 대한 1차 평가서이기 때문이다. 만약 소매판매 증가가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의 제1의 경제정책인 감세정책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패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일시적 환급이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줄 것인지 도마에 오르게 돼 있어 어차피 경제정책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사태가 8월 실업률로 촉발된 새국면이기 때문에 목요일 발표되는 주간 실업수당 신규신청자수와 금요일 예정된 8월중 미시건 대학 소비자신뢰지수도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 무엇보다 경기진작 효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앨런 그린스팬 FRB 의장조차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레토릭에 취한 상황이긴 하지만, 현재의 국면에 위안을 줄 수단이 그래도 금리인하라는 데 공감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금리인하가 올해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시장의 전문가들은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10월 2일 정례회의에서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견해를 다수설로 채택했다. 지난 7일 실업률 발표 이후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5명의 월가 채권딜러들 중에서 24명이 10월 2일 금리인하를 할 것이며, 그 중 22명이 0.25%포인트, 2명은 0.50%포인트를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 지수 540선은 지지될 듯하지만 = 시장에서는 시장구도가 경기 모멘텀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 약세가 지속될 것이나 개인들이 선호하는 대중주 순환매는 좀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혼조국면을 보일 것이나 종합지수 540선을 지지하는 가운데 박스권을 예상하는 견해가 많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4/4분기 경기회복 기대가 무너지고 있어 540선에 대한 하향테스트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테마별로 개인 매수가 이어지고 주요 지표나 실적이 선물옵션 만기일인 목요일 이후에 나오게 돼 있어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의 김인수 팀장은 "개인 순환 장세가 이어지고 외국인 매도도 크지 않아 현재의 등락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해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일 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영업부서의 한 관계자는 "경기여건이나 증시 내적 수급구조, 투자심리 등이 악화된 상황에서 하이닉스 등에 대한 거래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며 "580선까지 올라올 때까지는 힘을 비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별다른 재료가 없는 데도 개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어 혼란스럽다"면서 "일단 540선이 지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만약 540선이 깨지면 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