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은 부부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리온그룹은 외부적으로 담 회장보다 이화경 사장이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사장이 동양그룹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의 둘째딸로 남편보다 지분이 더 많은데다 화려한 행보 등이 화제의 중심에 서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동양제과 지분은 담 회장이 10.6%, 이 사장이 11.8%다. 최근의 사례가 대표적. 오리온은 동양에서 계열분리를 앞두고 조직개편을 실시, 동양제과 공동 CEO로 등재돼 있던 이들 부부의 역할도 새로 짰다. 담 회장은 16개계열사에 대한 경영을 총괄하고 이 사장은 동양제과의 자회사나 사업부 체제로 확장하고 있는 외식 등의 분야를 맡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룹을 총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담 회장이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장에게 초점을 맞춰 창업주의 딸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런 기사를 읽은 담 회장은 심기가 편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그룹측은 이에 따라 경영체제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사태를 무마시키는데 힘을 써야 했다. 그렇지만 외부의 시각이야 어떻든 부부경영자는 최고의 금슬을 자랑하고 있다. 10년간의 열애끝에 결혼한 이들은 아직도 연애감정을 갖고 산다고 한다. 올해 발렌타인데이 때 이 사장이 담 회장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이 사장은 당연히 화이트데이에 사탕 선물이 되돌아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 이 사장이 투정을 부리자 담 회장은 "내가 바로 사탕인데 무슨 사탕이 필요하냐"고 대답했다고. 동양제과엔 이 사장이 먼저 들어왔다. 이 사장은 담 회장보다 6년 앞선 지난 75년 구매부의 평사원으로 입사, 작년에야 사장이 됐다. 두 사람은 구매분야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이 특징. "물건을 살줄 알아야 팔줄도 안다"는 이양구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